거장들 화폭 속 ‘亞 100년 역사’ 한국 나들이… 10월 10일까지 덕수궁미술관서 ‘아시아 리얼리즘’전
입력 2010-07-27 17:36
아시아 10개국 국민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미술관에서 10월 10일까지 여는 ‘아시아 리얼리즘’ 전은 19세기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아시아 회화 100년 동안의 다양한 리얼리즘을 100여점의 작품으로 살펴보는 전시다.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아시아 10개국 대표 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일본 근대회화의 출발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가 다카하시 유이치의 초상화 ‘오이란(花魁)’이다. 1872년 메이지 유신 때 유명했던 기생을 기록화처럼 표현한 이 작품은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 밖 나들이를 했다.
20세기 전반 아시아 작가들에게서는 농촌의 한가로운 풍경을 그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식민지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현실도피적이라고 비판받은 이런 경향은 여성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모를 심는 한쪽에선 기타 연주가 펼쳐지는 모습을 담은 필리핀 작가 페르난도 아모르솔로의 ‘모내기’(1924) 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주목하는 현상도 일어났다. 말레이시아 작가 라이 풍 모이가 여성 건설 노동자를 그린 ‘선수이 노동자’(1967)나 인도네시아 작가 신두다르소노 수조요노가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앙클룽 연주자’(1956)에서는 그동안 회화의 소재로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후 리얼리즘 회화는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을 소재로 다루다 20세기 후반에는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발언으로 이어졌다. 인도의 프리다 칼로로 불리며 인도 국보작가로 지정된 암리타 세르 길, 중국의 쉬베이홍, 한국의 이인성 이종구 신학철 등 작품이 이에 해당된다.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19세기 이후 아시아 다른 나라와 한국은 매우 유사한 문화적 충격과 식민지 구조, 이념 갈등, 정치적 격변을 경험했고, 이를 토대로 비슷한 미술적 성과들을 이뤘는데 이러한 공통분모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02-2022-06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