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구 선교사는 정부의 희생양' 확인..한국세계선교협 애초부터 외교부에 의혹

입력 2010-07-27 17:37


[미션라이프] 결국 리비아에서 체포된 구 선교사는 정부(외교통상부)와 일부 언론의 애꿎은 희생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한국과 리비아 정부간 갈등은 국가정보원의 현지 정보활동 때문이었던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구 선교사의 종교법 위반 사실이 두 나라간 갈등을 만들었다는 그동안 언론 보도는 명백한 오보로 판명 난 것이다. 이와 함께 애꿎은 선교사를 이용해 정보활동을 은폐하려 했던 외교부의 행태 역시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선교계는 지난 23일 양국간 이상기류설과 구 선교사 체포 소식이 동시에 전해지자 이 사안이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MBC의 보도 다음날인 24일 “이슬람권이나 공산권, 힌두권 지역에서는 선교사 추방이나 체포 등이 흔한 일”이라며 “보도될 만한 일도 아닌 사안이 크게 부각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KWMA 다른 관계자도 “이상기류설과 구 선교사 체포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었는데 리비아 주재 외교부 관계자가 이를 언급하면서 뜻하지 않게 선교사가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이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전혀 다른 사안이었던 것을 정부가 정보활동 사실을 가리기 위해 구 선교사 체포 소식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의 정보활동 소식은 지난주부터 리비아 언론에서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리비아의 통신사를 비롯한 현지 일간지들이 지난 21일부터 한국 정부의 리비아 정부 관련 첩보활동에 대한 비판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내용은 ‘앗 사르트 아웃사뜨’라는 중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아랍어 신문을 비롯해 영국 등 유럽에서 발간되는 아랍어 신문 등 여러 신문에 게재됐다. 이에 반해 구 선교사 소식은 한 차례 단신으로밖에 소개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의 이 같은 보도행태에 비춰봤을 때 이번 사안이 구 선교사 때문에 촉발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첩보 활동 때문이었음을 확증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KWMA와 정부는 해외 선교사가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알린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이같은 협력 분위기는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KWMA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외교통상부에 엄중 항의하는 서한을 재차 발송하고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