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인재 경영] 人材가 미래다
입력 2010-07-27 21:27
‘세계 32위’ ‘세계 42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올해 선정한 세계 명성기업 중 삼성전자가 받은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포천이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500곳을 선정하는 ‘2010 글로벌 500대 기업리스트’에서 3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8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또 포천이 세계 각국의 기업가 등을 대상으로 ‘최고로 평가되는 기업을 선정해 달라는 내용의 설문조사’에서 삼성전자는 당당히 42위에 올랐다. 세계 전자업계부문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7계단 급상승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세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한 힘은 바로 인재양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도 삼성이 잘 나가는 이유는 ‘삼성사람’을 만드는 인력양성시스템이라고 보도했다. 바로 창조적 인력 육성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창조적 인재경영 왜 필요한가=불과 몇 년 전만해도 경영자들이 갖추어야할 첫 번째 덕목으로 혁신이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창조가 대세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3년 6월 신경영 선언 10주년을 기념하여 ‘천재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글로벌 초(超) 경쟁시대의 21세기는 두뇌경쟁시대다. 모든 지식과 정보가 1등에게만 모인다. 그래서 1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하청업체’로 전락해 근근이 먹고 살게 된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창조한 것을 가져다가 원래 것보다 훨씬 싼 값에 만들어 팔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 경영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발전하면서 더 이상 베낄 것이 없어지고 있다. 오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창조경영이 혁신경영을 밀어내고 기업경영자들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방식을 바꾸는 것이 혁신이라면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조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창조경영자의 대명사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가 이끌고 있는 미국 애플사는 올해 포천이 뽑은 최고의 명성 기업 1위를 차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운영체계 전략이 원활하지 않아 심한 자금난에 허덕였다. 그러던 애플사가 10년 만에 세계를 뒤흔든 아이팟을 만들어내고 전 세계 휴대전화 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온 아이폰을 탄생시켰다. 뒤이어 시장에 나온 태블릿컴퓨터 아이패드는 IT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창조경영이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기업들은 글로벌 경영확대와 창조경영에 필요한 우수인재를 육성하고 조직운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의 인사제도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지시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을 포용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인턴제로 바꾸고 자율복장과 근무시간 유연제를 도입하는 등 창조경영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한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교육훈련비가 전년에 비해 20%나 감소했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기업들은 인재경영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교육훈련비를 줄인 것이다. 하지만 미래경영을 위해서는 교육훈련 등이 필요하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창조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상반된 가치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 공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기업의 나아갈 방향과 목표는 하나가 되어야 하지만 임직원들의 실천방향은 자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에서는 임직원들이 개를 몰고 출근해도 상관하지 않지만 일단 출근 후에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마음껏 모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대로 개인이나 조직 면에서 한쪽으로 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창조경영의 핵심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