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64)

입력 2010-07-27 10:00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승리한다

약 20년 전 초겨울 날에 그린이 까다롭기로 소문났던 아시아나 컨트리클럽 동코스에서 라이벌과 자존심이 걸린 라운드를 하였다. 스타트 홀인 10번 파5홀에 정규 온그린(쓰리 온)은 시켰으나 쓰리퍼트로 보기를 범했고, 11번 파3홀은 티샷은 입구를 지키는 벙커를 피해 그린 에지로 잘 보냈고 어프로치로 붙였으나 숏퍼트를 실수하여 연속 보기를 했다. 그런데 라이벌인 친구는 두 홀 모두 파를 하며 의기양양하고 있었다. 12홀은 400야드가 넘는 긴 홀이면서도 페어웨이가 개미허리처럼 가늘고 경사가 심해 중앙으로 친 티샷도 운이 없으면 왼쪽 OB 지역으로 튀어 나가고 그린마저 까다로운 아주 난이도가 높은 홀이다. 친구의 티샷은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고, 나는 부글거리는 마음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샘 스니드는 "드라이빙은 75%가 멘탈이라, 티샷 전에 볼에게 부드러운 말로 주문을 건다"라고 했는데, 그날 나는 오히려 볼에게 "똑바로 나가, 사고 치면 죽여버릴 거야"라고 폭언을 했다. 홧김에 휘갈긴 티샷은 페어웨이의 왼쪽으로 향했는데 막상 세컨드 샷 지점에 와 보니 실망스럽게도 OB 라인을 살짝 넘었다. 할 수 없이 그 곳에서 제4타를 치기로 했다. 핀은 후방에 꽂혀 있었는데, 샷을 하기 전 볼에게 한 번 더 폭언을 하였다. "너 이번에도 튀어 나가면 아주 폭발시켜 버릴거야." 평소보다 강하게 친 세컨드 샷은 깃발을 향해 날았으나, 그린 후방에 맞고 숲으로 튀어 들어가 또 하나의 OB가 되었다. 다시 친 볼은 그린에 겨우 올라갔고, 퍼팅은 짧았으나 "그것 기브 줄 테니 더블파 이상은 하지 마라"고 라이벌은 선심을 썼고, 그 말 때문에 더욱 자존심이 상한 나는 18홀 내내 형편없는 경기로 100점 만점을 받았다. 핸디캡보다 홀마다 한 타씩 더 쳤으니 피바다를 이룬 주말이 되었다. 그런데 그날의 골프 덕분에 나는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나름대로 멘탈 게임을 연구하고, 또한 나에게 적절한 원칙과 전략을 수립하였으니 오히려 약이 되었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정신적으로 강한 자가 이긴다.

어느 원로 프로는 우승과 실패의 차이는 언제나 멘탈이라고 했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 우승은 정신으로 이기는 것이다(You win major tournaments with your mind.)”라고 말했는데 나는 '지금부터 잘 쳐도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겹치는 불운은 피하고, 퍼센티지 골퍼로 돌아가자.

어느 프로가 이렇게 권했다.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피하자(Avoid turning a mistake into a disaster)" 기라성 같은 PGA 프로들이 리듬을 잃으면 그린 주변에서 온탕냉탕하면서 망가지고, 미셸 위 선수가 금년도 에비앙 마스터스 2일째에 한 홀에서 연거푸 티샷 OB를 낸 것처럼 프로도 컨트롤이 어려운데, 하물며 아마추어 골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나는 한 라운드에 평균 12개 이상 실수를 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통계에 따른 골프를 하므로 크게 허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겁내지도 말고, 긴장도 하지 말자

골프에서 가장 나쁜 것이 걱정이고 그로 인한 긴장이야말로 최대의 적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샷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샷을 잘 치기 위해 다음 샷 지점까지 가장 마음 편한 샷을 한다. 그래서 롱 아이언이나 로프트 낮은 우드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미들 아이언과 유틸리티 클럽 위주로 그립도 십일조 정신으로 짧게 잡고 끝까지 휘두른다.

최선의 방법으로 집중하고, 결과는 기도한다.

최경주 선수가 2001년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내 마음속의 주님께 기도드렸다. 그리고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라고 말했고, 잭 니클러스는 "불안감을 이기는 최고의 해독제는 집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하여 "최선의 방법으로 집중하고 그 결과는 주님께 맡긴다"라고 마음 먹는다. 물론 만용이나 무리한 샷을 감행한다면 주님께서 능력대로 치라고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그의 노여움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 30:5)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