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원자력 발전] 포스마크, 고준위 방폐장 건설 주민 동의… 30여년 신뢰 구축의 힘!

입력 2010-07-26 18:57


2.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스웨덴 사례

지난달 21일 스웨덴의 포스마크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찾았을 때는 세계에서 유일한 해저동굴형 처분장의 내부를 들어갈 수 없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주일 전부터 스웨덴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법안 통과에 항의해 점거농성을 벌였기 때문이다.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발트해변의 작은 마을 포스마크는 원자력단지라고 부를 만하다. 이곳에는 현재 3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리하기 위한 처분장도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주민 동의를 거쳐 고준위 방폐장 예정지로 지정됐다. 원자로 1, 2호기는 각각 1980년과 81년에 준공됐고, 3호기는 85년부터 가동됐다. 이 원자력발전소는 스웨덴 전체 전기의 22%(원자력발전의 40%)를 공급한다.

스웨덴 정부와 포스마크가 속한 외스트하마시는 지난 30여년 동안 주민들에게 원전시설을 개방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덕분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가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 30년간 주민 모두에게 과정을 알려주고, 이것이 가장 안전하고 훌륭한 방법임을 확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주민의 80% 정도가 원전관련 시설에 찬성한다.” 안나리아나 쇠델블롬 외스트하마시 부시장의 말이다.

포스마크 중·저준위 방폐장은 발트해 해안에서 2㎞ 떨어진 곳에 88년부터 문을 열었다. 해저 30m에서 60m까지 동굴이 뻗어 있다. 전국 중·저준위 방폐물이 배로 운송돼 집결한다. 가득 차려면 아직 멀었지만 먼 장래 수요에 대비해 용량을 두 배 확장할 계획이다.

피터 얀센 포스마크 원자력발전관장은 “연간 1만5000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며 “발전소에서 나온 온배수를 해안 1㎞ 앞바다에 만들어 놓은 풀까지 끌어서 잠시 가두어 둔 채 바다생물과 해조류에 온배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마크 방폐장은 여러 모로 경북 경주 월성군 중·저준위 방폐장과 비교된다. 둘 다 동굴식 처분장이라는 점은 같다. 그러나 포스마크의 경우 부지 선정과 결정과정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금전적 지원이 전혀 없었다. 시설이 들어설 때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된 정도가 혜택이라면 혜택이었다. 경주에는 3000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이 지원됐다. 주민의 수용과정도 달랐다. 포스마크는 72년 발전소 건설의 첫 삽을 떴을 때부터 원전 홍보관 문을 열고 가장 가까운 지역 주민부터 일대 일 대화와 교육을 실시했다. 경주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했다. 물론 인구가 많은 우리로서는 일대 일 대화란 쉽지 않다. 포스마크의 주민은 수백명에 불과하고, 외스트하마시의 인구는 1만5000명 정도다.

우리나라는 중·저준위 방폐물을 지표면 바로 아래에 묻는 천층처분이 적합하지만 주민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싫어해 동굴처분을 선택했다. 그래서 과잉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관계자는 “207m까지 파고 들어가 돈과 시간을 10배나 더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따라 2단계부터는 천층처분 방식으로 전환할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Key Word-방사성폐기물

크게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구분한다. 원자력 발전 후 남는 사용 후 연료와 재활용(재처리)하고 남는 부산물은 방사능 함유량이 높아서 고준위 방폐물이라고 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작업도구 등은 방사능 함유량이 미미해 중·저준위에 해당된다. 병원의 진단과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산업용 방폐물도 중·저준위에 포함된다.

Key Word-천층처분과 동굴처분

중·저준위 방폐물에만 해당되는 처분방식이다. 고준위 방폐물은 심지층처분을 한다. 천층처분은 땅을 조금만 파 콘크리트 방을 만들어 폐기물을 쌓고, 다 채우면 지표 높이로 흙을 덮는 방식이다. 동굴처분은 동굴을 파고 들어가 암반 속에 여러 개의 콘크리트 사일로를 만들어 폐기물을 보관하는 방식이다. 스웨덴 핀란드 한국에서만 채택하고 있다.

외스트하마(스웨덴)=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