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쌍끌이 견인… 연간 성장률 6% 기대
입력 2010-07-27 01:00
2분기 GDP 7.2% 성장 배경·하반기 전망
경기가 예상보다 한층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을 넘어 확장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01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7.2%, 전 분기 대비 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당초 수정 전망치 7.4%를 0.2% 포인트 초과한 7.6%를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2000년 상반기(10.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연간 성장률이 6%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하반기 출구전략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인 만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저효과’를 크게 본 것뿐이라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불씨’ 이동=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정부의 경기 부양과 수출이었다. 하지만 온기가 차츰 경제 전체를 데우면서 민간 부문과 내수로 ‘불씨’가 옮겨 붙었다. 상반기 민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 한은 예상치(4.9%)를 웃돌았다. 설비투자는 29.4%나 증가해 예상치(20.9%)를 훌쩍 뛰어넘었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상승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3.7% 늘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0%, 21.5% 증가했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소비·투자·재고를 합한 민간 부문 내수가 경제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분기 1.1% 포인트에서 2분기 2.2% 포인트로 높아졌다. 그동안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던 효과가 민간 내수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도 한은 예측을 웃돌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0.2% 포인트 높게 나오면서 산술적으로 연간 성장률이 0.1% 포인트 오르게 됐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5.9%(상반기 7.4%, 하반기 4.5%)로 관측했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성장률 6%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6%는 2002년 7.2%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 확장국면 진입’의 의미=한은은 우리 경제가 경기 확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가 고점에 가까워지는 확장기에 접어들면 경기 과열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막으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하반기 출구전략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한은은 이미 경기 회복 추세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에 근거해 경기 확장 국면 진입을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최소한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의 9월이 아니라 8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 역성장을 기록한 탓에 빚어진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하반기부터 1·2분기에 보였던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은이 급격히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2분기까지 성장률 지표의 호조는 이미 알려진 사실로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를 대략 파악하고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올렸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 정책에 달려 있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