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탈레반 ‘협력說’은 사실… 위키리크스, 아프간 전쟁 관련 기밀 9만건 공개
입력 2010-07-27 01:01
고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국방·외교 기밀 문건 9만여 건(2004년∼2009년 12월)을 입수해 25일 전격 공개했다. 미군 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 누출이다.
100여건의 민간인 오인 살상이 덮어졌고, 탈레반 주요 인사들이 정식 재판 없이 미군에 의해 체포 혹은 암살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이트 운영자 줄리언 어샌지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의 불결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난 전쟁의 진실=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문건은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영국의 가디언, 독일의 슈피겔 등 3개 언론에 사전 제공돼 이날 일제히 보도됐다.
일지 형태의 문건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고에서 연합군이 수백 명의 민간인을 오인 살상했음을 보여준다. 관련 기록은 총 144건이나 된다. 최소 195명이 사망하고, 174명이 부상했다. 2008년 미군 정찰대가 버스에 총을 쏴 15명의 승객이 희생된 건 그 예다.
일각에서 떠돌던 파키스탄과 탈레반의 협력관계도 사실로 드러났다. 2006년 6월 파키스탄 남부 퀘타에서 탈레반 핵심 지도자들의 회동에 파키스탄 정보부(ISI) 인사들이 참석했다. ISI 인사들은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인 아프간 칸다하르의 마루프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다. 실제 탈레반은 2006년 마루프를 장악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
탈레반 요인 체포 및 암살을 위한 비밀 특수부대 ‘태스크포스 373’의 존재도 밝혀졌다. 이 조직은 2000명 이상의 블랙리스트에 근거, 재판 없이 반군 요인을 체포 또는 사살 작전을 폈다. 탈레반이 세력 확장을 위해 지대공 미사일을 입수한 것, 길가 폭발물 캠페인 등의 사실을 의도적으로 묵살했다.
10대 해커 출신의 아산지가 2007년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기업과 정부의 비리 전문 폭로 사이트다. 이번 문건의 입수 경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공개 문건 더 있다=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과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비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문건 폭로가 아프간 전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며 사실상 관련 내용을 시인했다.
어샌지는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된 문건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1만5000개의 파일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이 민간인 사상자를 반군으로 취급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미군의 일부 공격은 전쟁범죄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미국이 지금까지 300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아프간 전쟁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음울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 비용이 무려 1조 달러(약 1200조원)에 이르며 아프간 전쟁의 군인 1인당 전비는 110만 달러(약 13억원)라고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