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오바마’ 탄생… 흑인 사그보, 인종차별 만연 속 사상 첫 시의원 당선
입력 2010-07-26 18:56
인종 차별 범죄가 극성일 정도로 이민족에게 배타적인 러시아에서 의정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 시의원으로 선출됐다.
AP통신은 아프리카 서부 베냉의 원주민 장 그레구아르 사그보(48·사진)가 지난달 모스크바 북부 인구 1만명의 소도시인 노보자비도보에서 시의원으로 뽑혔다고 26일 보도했다. 노보자비도보 시의원은 총 10명이며 무보수다.
사그보는 기자회견에서 “21년간 살아온 이 지역의 악화된 주거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만연하는 마약 복용을 줄이고 오염된 호수 정화, 난방 공급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러시아의 오바마’로 불리는 것에 “내 이름은 오바마가 아니다. 언론의 홍보용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나와 오바마는 똑같이 흑인이지만 여건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에겐 인종 차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인구는 약 4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는 “우리 마을에선 인종 차별을 느낄 수 없다”면서 “나는 그들 중 한 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비아체슬라프 아라켈로프 시장도 “그의 피부는 검지만 속은 러시아인”이라며 “러시아인만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그도 갖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
두 아들의 아버지이며,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사그보는 경제학 공부를 위해 1982년 모스크바에 왔다가 러시아인 아내를 만났다. 이후 89년 아내의 고향인 노보자비도보로 이주했다. 사그보의 정계 진출은 그의 시민의식과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높이 산 시의회와 주민들의 설득으로 이뤄졌다. 이전까지 그와 아내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정치판’엔 관심도 없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