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野 단일화 초특급 태풍? 찻잔속 태풍?… 표심 어디로

입력 2010-07-26 21:42


7·28 재·보선을 목전에 두고 야권이 충북 충주에 이어 26일 서울 은평을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자 한나라당은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기세를 올렸다. 후보 단일화가 막판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를 놓고 여야 모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후보 단일화 파괴력은?=후보 단일화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던 선거는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이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40.3%의 지지율을 얻어 38.7%를 얻은 이회창 후보를 1.6% 포인트 차로 꺾었다. 이른바 ‘DJP연합’이 없었다면 당선이 가능하지 않았던 셈이다.

16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후보는 48.9%를 얻어 46.6%를 얻은 이회창 후보를 2.3% 포인트 차로 눌렀다. 비록 투표 전날 지지를 철회했지만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의 단일화 효과가 승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6·2 지방선거에서도 단일화 돌풍은 이어졌다. 경남과 강원도 등 그동안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던 지역에서조차 야권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일궈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가 당선의 보증수표였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차례로 출사표를 접어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로 단일화됐지만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일 후보가 항상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관심이 집중된 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큰 위력을 발휘했던 만큼 이번 재·보선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일화는 야합’ 한나라당 맹공=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의를 왜곡하고 지역선거에 중앙정치를 끌어들여 정치쇼로 만들려는 야권의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단일화 정치쇼’는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재자 투표가 시행된 이후에는 후보 간 단일화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중요한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탓에 패배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권 일각에서 보수대연합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울 은평을과 충주에서의 단일화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패한다면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 후보 단일화는 계속된다=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 및 김희갑 인천 계양을 후보 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연대해서 이 정권의 2인자를 확실히 꺾으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든 것”이라고 단일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도 “현 정부의 독선과 독주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고, 국민도 지지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단일화는 국민을 투표장으로 나가게 할 것이다. 단일화는 곧 승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단일화에 합의해준 것은 6·2 지방선거에서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야권은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후보 단일화 작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정당정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진 않지만 후보 단일화는 선거 전략의 일부분”이라며 “향후 선거, 특히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은 단일화를 흥행 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