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미비로… 자격 안돼서… ‘햇살론’ 곳곳 구멍

입력 2010-07-26 18:39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햇살론이 처음 출시된 26일. 페인트 가게 종업원 이모(32)씨는 햇살론을 이용,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페인트 가게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신림동에 있는 새마을금고지점을 찾았다. 하지만 이씨는 대출 신청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햇살론 대출을 받기 위해 창업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이다. 신규 창업을 위해 햇살론 대출을 받으려면 소상공인진흥회나 창업진흥원 등에서 실시하는 창업교육을 최소 12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운송업을 하는 김모(42)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2년 전 사업에 실패하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빌려 쓴 캐피털사의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해 신길동 영등포농협 창구를 찾았지만 준비 서류 미비로 접수조차 할 수 없었다.

햇살론이 출범한 이날 저축은행, 농협,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영업점은 시민들로 붐볐다. 문의전화도 폭주했다. 오전 10시 영등포 농협에서 열린 햇살론 협약식에서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춥고 배고픈 서민들의 가계와 중소기업에 정말 햇살이 될 수 있는 금융제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출범 첫날 대출을 받은 서민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대부분 서류 미비, 자격조건 미달로 거절당했다.

여기에다 창구 직원들은 정확한 규정을 몰라 상담받으러 온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햇살론 대출을 담당하는 실무자 교육은 햇살론 시행 4일 전인 지난 22일에야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창구 직원은 “햇살론이 너무 급박하게 시행됐기 때문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햇살론 대출을 받기 위해서 어떤 약정서를 받아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아직 햇살론을 팔지 않는 영업점도 있었다. 신협 신림지점과 농협 관악지점은 아직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농협 노량진지점과 신풍지점, 새마을금고 신림지점에서는 햇살론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안내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햇살론은 저신용층과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 10%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1700만명이 햇살론 신청 조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