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삼각편대’ 떴다… 권력실세 회장+관료출신 사장+영업통 행장
입력 2010-07-26 18:28
KB금융지주가 권력 실세 회장과 고위직 관료 출신 사장, ‘영업통’ 은행장으로 수뇌부 진용을 구축했다.
KB금융은 26일 신임 사장에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국민은행장에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임 사장 내정자는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히든카드’로, 민 행장 내정자는 조직 결속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돌격 대장’으로 평가받는다.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을 중심으로 내외부 인사를 중용해 조직력 결속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외국인 지분이 57%대에 달하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의 회장에 이어 사장까지 외부 인사가 차지한 데 대해 ‘또 관(官)이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리딩뱅크 자존심 세울까=한때 3년 연속 순이익 2조원을 달성했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6358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리(9538억원)와 신한은행(7487억원)은 물론 외환, 기업은행에도 밀리며 5위로 내려앉았다.
민 내정자 발탁은 이 같은 수익성 악화 추세를 반전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 내정자는 서울 충무로역지점장과 영동지점장을 거쳐 남부영업지원본부장 등을 지낸 정통 ‘영업맨’이다. 1981년 입사한 이래 29년째 영업 분야에 종사해 왔다. 경제위기가 가라앉고 출구전략에 본격 시동이 걸리는 시기에 영업력 극대화로 수익을 창출해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민 내정자는 “어 회장의 비전에 나의 영업력을 접목시켜 (국민은행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솟도록 신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과 경기고 동문인 임 내정자는 재정부 경제협력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 관료다. 참여정부 말기에 재정부 제2차관까지 오르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KB금융은 임 내정자의 경력을 높이 사 지주 내 구조개혁 및 미래전략 파트를 맡기는 한편 정부와의 소통 통로로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임 내정자는 “그동안의 경험과 능력을 최대한 쏟아부어 KB금융이 명실상부한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 영입 시각차 커=어 회장을 비롯한 삼각 편대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 조만간 다가올 ‘금융 빅뱅’에서 리딩뱅크가 돼야 한다는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특히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재정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인 임 내정자가 금융권 인수·합병(M&A) 전선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 KB금융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어 회장이 민간기업 경험이 거의 없는 관료를 KB금융의 2인자로 영입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이 임 전 차관을 영입한 것은 정부의 소통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외국인 지분이 60%에 육박하는데, 관료 출신을 고위직에 영입한 것은 어떻든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도 “권력층과 친분설 등으로 어 회장이 곤욕을 치렀는데, 사장까지 민간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을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