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항공사들 요금 올릴 땐 찰떡공조

입력 2010-07-26 21:17


틈만 나면 서로 싸우는 항공사들이지만 유독 요금 올릴 때는 보조를 맞춘다.

아시아나항공은 26일 국제선 장거리 노선의 공시요금을 3∼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소 인상률인 3%가 적용된 구간은 호주 시드니 노선의 비즈니스석뿐이다. 같은 시드니 노선이라도 일반인이 많이 이용하는 이코노미석은 10%나 오른다. 공시운임은 항공사가 승객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 운임으로 실제 운임과는 차이가 있지만 공시운임 상승은 대개 판매운임 상승으로 연결됐다. 또 제주도 항공권에 대해 기본운임보다 10% 더 비싼 요금이 적용되는 탄력운임 적용시간대를 확대한다. 대한항공도 지난 11일 유럽과 미주 노선 공시운임을 5∼10% 인상한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항공사들 실적도 좋은데 운임을 올리면 물가에도 부정적이고 소비자 부담도 높아진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운임이 오른 미주 구간 등은 요금신고제 노선으로 신고만 하면 바로 새 요금이 적용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개조와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비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매출액 1조2388억원, 영업이익 1775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고 대한항공도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국내 대형 항공사가 2곳뿐인 탓에 이들은 대립할 때가 많다. 이달에만 대한항공에 추가 배정된 파리 운항권을 놓고 아시아나항공이 행정심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금인상 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움직인다. 양사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저가 항공사와 여행사의 거래를 방해한 혐의로 1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같이하는 것이 비난이 분산되지 않겠느냐”며 “이럴 때만 단결이 잘된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