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도”… LH 재개발 포기, 타지역 확산되나
입력 2010-07-26 21:18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도 성남시의 2단계 주택재개발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타 지역 사업장에 대한 사업 중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채 절감을 위해 강도 높은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돌입한 LH가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 타당성 여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LH 사업조정심의실 관계자는 26일 “현재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400여곳의 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개발 및 택지개발 등에 대한 사업성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서는 사업을 중단, 또는 전면 재검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LH는 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 양주시 회천지구, 오산시 세교3지구를 비롯해 충남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 등 4개 신도시 조성사업의 중단 또는 연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H의 전국 사업장은 택지·신도시·국민임대지구(248곳)와 도시재생지구(69곳),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49곳), 보금자리주택지구(43곳) 등 모두 414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지역이 276곳, 신규사업 추진 지역이 138곳이다. LH는 이들 지역에 대한 사업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공사 통합 1주년인 오는 10월 초 재무구조개선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LH가 벌이고 있는 사업성 검토의 핵심은 수익성 유무다.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사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거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성남 주택재개발 사업을 포기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주택 거래 위축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가 건설원가보다 낮아져 수익성이 없어진 탓이다. 더구나 LH의 총 부채 규모는 지난달 말 현재 118조원으로, 하루 이자만 80여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의 재개발 사업 포기 사태는 지역 주택시장 침체는 물론 민간기업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에도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LH의 사업포기 선언으로 성남시 주택 가격 하락세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날 재개발 대상지인 중동, 금광동, 신흥동, 수진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사업 추진 가능성과 가격 전망을 물어보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줄을 이었다. 업계에서는 LH의 사업 포기가 확정될 경우 사업 재추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시장 불황으로 재개발 또는 재건축 시장에 참여하는 민간업체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시장의 분위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주택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