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앞두고… 거세진 ‘반기문 흔들기’

입력 2010-07-26 18:41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을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그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특정한 실책을 거론하기보다 ‘유엔을 이끌기엔 자질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연임을 앞두고 반 총장을 흔들기 위한 의례적 비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NYT)의 유엔 관련 기고가인 제임스 트롭은 지난주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쓴 칼럼에서 “반 총장이 더 이상 유엔에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연임을 저지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롭은 반 총장을 향해 제기된 여러 비판을 나열하면서 특히 지난해 스리랑카의 타밀호랑이 반군 소탕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반 총장은 스리랑카 군대의 만행을 막기 위한 어떤 행동도 기피했다”는 유엔 평화유지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적인 조정에만 지나치게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미얀마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미온적인 성과 등도 반 총장의 리더십 실패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올 초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펜하겐 협상의 실질적인 내용은 성공적이었다”며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미흡한 부분은 개선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 분쟁에 대한 소극적 대처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유엔 홍보담당 사무차관 키요 아카사카는 “조용한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반 총장의 동양적 가치관과 스타일을 서양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한국인스러운 점도 자주 단점으로 지적된다. 가디언은 그의 가장 큰 약점으로 부족한 영어 능력을 지적했다. 1주일에 두세 번씩 발음 교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영어 발음에 영어권 기자들의 반응은 뜨악하다. 그의 측근은 “발음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차라리 언론에 자주 나가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털어놨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올 초 반 총장이 주변에 한국인을 많이 등용하고, 그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아예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의 반응이 부정적인 것은 한국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임 코피 아난과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경우도 연임을 앞두고 자질 부족 시비가 일었었다. 반 총장에 대한 비난도 그 같은 ‘유엔 흔들기’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며 “반 총장은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