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선교사는 韓·리비아 정부 갈등의 희생양”

입력 2010-07-26 21:08

외교통상부가 26일 리비아 정부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구 선교사를 구 목사라고 공식 확인한 가운데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구 선교사 신변에 관련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강력 항의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KWMA는 이날 외교부 장관 앞으로 보내는 항의문에서 “주리비아 한국 대사관은 사실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자국민에 대해 신분과 활동,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며 “구모씨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따졌다. 또 “외교부는 언론과 인터뷰한 주리비아 한국 대사관 관계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이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공식적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했다.

구 선교사 체포 이전부터 한국과 리비아 정부 간 이상기류가 있었는데 종교적 위반 사유로 체포당한 개인을 부각시켜 마치 양국 정부 갈등을 야기한 것처럼 호도한 데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선교계는 구 선교사가 양국 정부 갈등 사이에 나온 희생양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외교부는 구 선교사의 체포 사실을 알게 된 이유나 구속 이유, 신상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고 있다.

본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구 선교사는 A단체 사역자로 8년째 현지에서 언어를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그가 속한 단체는 이른바 ‘공격적’ 선교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그는 중동 아랍 선교 환경에 정통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선교가 금지된 리비아에서 무턱대고 성경을 전달하거나 거리 전도로 물의를 일으켜 체포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슬람 지역에서 선교활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추방을 당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구 선교사는 체포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리비아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2009년 발행한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는 시아파를 비롯한 기타 종파의 무슬림을 외국인으로 분류할 정도로 강력한 수니파 사회다. 대부분 중동 국가와는 달리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또 모든 문서는 아랍어 하나로 통용된다. 자국민 우월주의가 강해 외국인과 갈등 시에는 리비아인을 우선한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리비아가 이슬람 국가이지만 기독교의 활동 자체를 금하지는 않는다. 포교만 금지할 뿐 종교 행위에 대해선 허용하고 있다(21면 그래픽 뉴스 참조). 리비아 내 한국인들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선교한 적이 없었다.

KWMA 관계자는 “구 선교사가 무장단체에 의한 납치가 아니고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두 정부 간 문제가 풀리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