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윤호] 부시맨 소송Ⅱ

입력 2010-07-26 17:42

꼭 6년 전인 2004년 7월 이 코너에 ‘부시맨 소송’이라는 글을 썼다. 칼라하리 사막 지대의 산(San)족이 자신들을 강제 이주시키려는 보츠와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산족은 미국 영화 ‘부시맨’으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남부 토착 부족이다.

부시맨들은 2006년 12월 보츠와나 법원으로부터 강제 퇴거는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아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 후 이들과 관련해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부시맨 소송은 ‘해피 엔딩’이 된 줄로 알았다.

그러나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부시맨 소송은 지금도 고통스럽게 이어지는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되고 있다. 보츠와나 법원이 부시맨들에게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에 있는 지하수 관정 사용을 금지하고 새 우물도 파지 못하도록 판결했다고 한다. 사막 지대에서 생명 줄과 다름없는 지하수를 쓰지 못하게 했으니 부시맨들이 고향에 돌아온들 살아갈 길이 막막하게 된 것이다. 보츠와나 정부는 부시맨들에게 외부에서 차량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는 것도 금지했다. 부시맨들은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빗물을 받아먹거나 40㎞나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 물을 길어 와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게 됐다.

보츠와나 정부가 끈질기게 부시맨들을 괴롭히는 배경에는 다이아몬드가 있다.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 내에서 1980년대에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이후 보츠와나 정부는 다이아몬드 채굴에 방해되는 부시맨들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해왔다.

보츠와나 정부가 부시맨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밀봉한 지하수 관정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사가 개발한 것이다. 드비어스사는 영국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최대 주주지만 보츠와나 정부도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니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의 동식물 보호는 명분일 뿐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개발을 둘러싼 비극적 실화가 바탕이 됐다. 시에라리온 내전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반군들은 무기 구입 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동원, 다이아몬드를 채굴해 밀수출한다. 10여년간 7만5000여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손발 잃은 장애인이 된 시에라리온 내전은 2002년 종결됐다. 하지만 부시맨 스토리는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아프리카인들의 피와 눈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