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패척결 맡은 권익위가 이러니
입력 2010-07-26 17:36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부패방지국 직원들이 거래 업체 등으로부터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에 따르면 정부 및 산하기관 청렴도 평가를 담당하는 A씨는 청렴도 측정을 맡은 여론조사 업체에 자문비, 택시비 등을 요구해 70만원 내외의 금품과 세 차례의 술 접대를 받았다.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B씨와 C씨는 경기도 안산시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았으며 포도주와 찻잔 세트를 선물받기도 했다.
공직사회 부패 예방과 부패행위 규제를 주 임무로 하는 국민권익위 직원들이 부패를 척결하기는커녕 스스로 부패의 늪에 빠졌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권익위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데 앞장선 최일선 정부기관이다. 그런 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이 나라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 요원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들 비리 직원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고 경징계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비위 사실을 통보받은 권익위는 A씨에게 감봉 3개월 징계를 했으며,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주의와 경고 조치하는 데 그쳤다. 말이 안 된다. 권익위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직원 징계가 엄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솜방망이 징계를 하고서야 다른 기관의 부패 행위를 어떻게 규제해 나갈 수 있겠는가. 권익위가 부패방지 기능을 유지하겠다면 적발된 부패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고, 최소한 권익위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인사 조치해야 한다.
감사원이나 검찰, 경찰 등 주요 사정기관의 경우 자체 감찰기구가 작동되고 있다. 비리 직원에 대해서는 엄벌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그러나 권익위엔 그런 장치가 없다. 직원들이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자체적으로 감시·감독하는 기구가 없다. 권익위 간부들은 외부 기관에 부패방지 강연을 다닐 게 아니라 집안단속부터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