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내하청 통한 파견은 이제 그만

입력 2010-07-26 17:37

대규모 제조업체의 사내하청 사용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근로자로 일하다 2005년 해고된 최모씨 등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 대한 최종심 판결 덕분이다.

대법원은 사내하청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원청업체의 근로 지휘·감독을 받아 2년 이상 근무했으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원청업체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사실상 불법 파견이며, 불법 파견이라도 파견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자동차 업계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규 고용 대신 사내하청을 이용,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의 사정에 따라 임의로 인력 감축이 이뤄지는 바람에 고용불안도 심각했다.

사측은 사내하청을 도급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대법원은 이를 위장 도급으로 간주했다. 그 이유로 대법원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원청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들이 뒤섞여 작업하는 과정에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작업 지시 및 관리 전반을 원청업체가 수행했다는 점을 꼽았다.

문제는 이번 판결 대상에 해당하는 사내하청 근로자가 현대자동차에만 7000명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점이다. 2008년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동부의 ‘사내 하도급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총 963개 사업장 근로자 169만명 중 약 37만명(21.9%)이 사내하청 근로자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만 수만명이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5분의 1이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열악한 처우와 고용불안에 허덕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해당 사업장에서 출시하는 제품의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측의 성의 있는 대응이 요청된다.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당장은 사측의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전향적인 고용·인력관리 체계 구축은 결국 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