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현욱] 천안함 이후 美·中 관계

입력 2010-07-26 17:44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 이를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내렸으며 대북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도 결의안과 의장성명 간 외교전이 벌어졌으며, 결국 의장성명을 채택하며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한·미 양국이 서해상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발표하자,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실탄사격훈련으로 맞대응을 놓았다. 한·미 2+2 회의에서도 양국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결국 한·미 양국은 동해상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하게 됐다.

이와 같은 한반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한 당사자 이외에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세력다툼이 나타나고 있으며, 천안함 사태에서도 미·중 간의 영향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천안함 사태 해결의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태 해결 중심에 선 G2

중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입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지정학에 기반한 입장이다. 이는 냉전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중국의 외교정책을 담당해 왔던 그룹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경쟁 구도로 보고 북한을 완충지대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보는 입장인데,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협력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북한을 골칫덩어리로 보고 있다. 마지막은 중국을 부상하는 강대국으로 보는 입장인데, 이는 미국에 대한 헤징(hedging) 전략을 주장하며 북한을 골칫덩어리로 보는 입장이다.

최근 중국의 외교정책을 보면 첫 번째 입장에서 세 번째 입장으로 옮겨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 내부에서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북한에 대해 거리를 두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인 것 역시 이와 연관이 있다. 중국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환태평양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것은 이번 천안함 사태 해결 구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2 회의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줬다. 주요 내용은 ‘전략동맹2015’를 올 10월까지 완성해 전작권 전환 이후의 한·미동맹에 대비하자는 것, 한국의 합동사령부와 평택의 미국 한국사령부(KORCOM)를 두 축으로 해 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이라는 작전지휘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기존 미군 주도의 ‘작계5027’을 한국군이 주도하는 ‘작계5015’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환은 최근 미국의 방위정책과 연관이 있다. 미·일동맹이 소원한 상태에서 한·미동맹 강화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 및 동북아 전략에서 한·미동맹이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국에는 껄끄러운 일이다. 최근의 한·미동맹 강화는 한·중관계 악화를 가져오고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中 변수 고려한 대북정책을

최근 한·미 양국은 대북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우리는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6자회담의 무용성을 알고 있다.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또한 중국에 대한 강한 메시지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 등 국제적 안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동해로 옮겼으나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패권국은 미국이란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의 대북정책은 이와 같은 미·중관계와 동북아의 역학 구도를 고려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대북정책은 또다시 결과 없는 반복이 될 수 있다. 조급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니라 오랫동안 고민한 정책이 산출돼야 할 것이다.

김현욱(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