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교회는 섬김의 명령앞에 어떤 대답을 하고 있나
입력 2010-07-26 16:17
[미션라이프] #1. 25일 서울 길음동 성북교회. 후덥지근한 수증기로 자욱한 33㎡의 식당은 식기 세척기 소음과 그릇 부딪히는 소리로 요란했다. “뭐라고요? 크게 좀 말하세요.” “몇 시부터 식사 준비를 하신 거예요?” “서울 상계동에 사는 데 오전 6시30분에 나왔어요. 오전 7시 예배를 드리고 그때부터 준비해요. 뭐든지 마음이 가야 일이 잘 돼요. 식당봉사도 마찬가지예요.”
배순희(67·여)씨는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200명 식사준비를 시작으로 수저·젓가락 삶기, 쓰레기 버리기, 부엌청소 후 오후 3시가 돼서야 일이 끝나는데 그녀의 말대로 “집에 가면 대자로 뻗기”가 일쑤다. 이렇게 고단한 일이다보니 남자 성도들을 배치하고 있으며, 일부 교회는 유급직원을 고용해 식당을 운영할 정도다.
배씨와 함께 매주 봉사를 하는 김일심(57·여)씨도 토요일마다 경동시장에서 장보는 시간까지 합치면 매주 10시간을 쏟아 붓는다. 김씨는 “육체적으로 지치지만 하나님의 일이니 기쁜 마음으로 한다”며 “식당일 마치고 오후 예배에 들어가면 ‘목사님 말씀이 무조건 맞습니다’하고 꾸벅꾸벅 졸게 된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녀는 “봉사란 한마디로 베푸는 것이고 나를 희생해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라며 “직장을 다니는데 시간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 올해로 9년째 교회가 없는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 지성찬(39)씨. 그는 올해도 바쁜 회사일정을 쪼개 1주일 휴가를 내고 다음달 9일부터 경남 함양군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서울 서초동 하이기쁨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지씨는 200여명이 참석하는 사역의 준비위원장까지 맡았다.
지씨는 마을 어르신 600명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고 일주일 내내 말벗이 되어 발과 어깨를 손수 주물러 드릴 예정이다. 바쁜 농촌 일도 거드는 데 관계가 형성되면 복음을 전하고 몰래 선물을 놓고 토요일 아침 마을에서 철수한다. 마을에 최대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지씨는 “한번 봉사를 다녀오면 머리가 맑아지는 청량감을 느낀다”면서 “황금 연휴를 모두 쏟아 붓는 것은 1년을 버티는 삶의 원칙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봉사란 크리스천의 삶과 절대 동떨어진 게 아니다”면서 “물질이나 성공, 소유 등 어느 한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성경 앞에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키다보면 52주간해야 할 본분이 무엇인지 보인다”고 말했다.
봉사가 무엇이기에 땀이 흠뻑 젖는 피로감에도 성도들을 더욱 목마르게 하는 것일까. 교회 예산의 40%이상을 구제와 선교, 장학금으로 집행하는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는 현대 교인들이 어느 때보다 봉사에 목말라 있다고 설명했다.
“의외로 성도들은 삶의 현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땀 흘리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 욕구가 강해요. 교회는 그들이 마음껏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봉사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례로 교회에선 집수리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전문직의 참여도가 의외로 높아요. 지난 명절 바로 전날엔 선물나누기 행사를 했는데 자그마치 200명이 모였어요. 이렇게 한 번 봉사를 다녀오면 신앙생활에 활력이 넘칩니다.”
조 목사는 봉사에 ‘거룩한 중독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언뜻 보기엔 재난현장 구호나 봉사활동이 고단해 보이지만 정작 하는 사람 입장에선 송구스럽지만 신나는 일”이라며 “현장에서 주시는 하나님의 힘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현장 교회가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데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부족하기에 교회 연합기관이 아이디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비록 봉사에 참여 못했다 할지라도 교회 이름으로 한 일이 성도 개인이 한 일이라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 역량에 맞게 사역을 계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결식아동 돕기, 노인 대학운영 등 한국교회가 ‘봉사’라는 이름으로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고 있지만 정작 일부 교회는 성도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목회자의 소극적 자세, 재정·시설 문제, 당회 또는 제직회의 인식 부족, 교회 실정에 맞는 봉사 프로그램의 부족 등에서 온다.
지역사회에서 어린이 교실, 청소년 봉사단, 여성문화대학, 늘푸른 문화교실, 장학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손인웅(덕수교회) 목사는 “타 교회와 함께 사회적 봉사를 목적으로 일을 추진하다보면 두 군데서 걸리게 되는 데 첫째는 담임목사고 둘째는 당회”라고 지적했다. 손 목사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이 사회봉사에 있다는 데 동의하는 곳은 교육과 봉사, 인력배치가 잘 되어 있다”면서 “이런 교회는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신뢰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사회봉사를 의미하는 ‘디아코니아’는 원래 헬라어로 ‘식탁에서 시중드는 일’을 뜻한다. 이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생활을 돌보다’ ‘섬기다’는 뜻을 포함하게 됐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예수님의 사역과 죽음을 ‘섬김’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봉사는 성도와 교회의 부수적인 일이 아니다. 올 여름, 나와 우리교회는 섬김의 명령 앞에 어떤 대답을 하고 있는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