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내세운 버라이어티, 언제쯤 다양해질까
입력 2010-07-26 18:00
남성 위주였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주도하는 버라이어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걸그룹 열풍에 발맞춰 인기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난 18일 첫선을 보인 SBS ‘영웅호걸’(일요일이 좋다·일 오후 5시20분)과 25일 처음으로 전파를 탄 MBC ‘꽃다발’(일 오후 4시10분)이 대표적이다.
‘영웅호걸’은 걸그룹 멤버를 주축으로 하고 여성 탤런트, 코미디언, 방송인을 더했다. 가희(애프터스쿨) 지연(티아라) 니콜(카라) 등 여자 아이돌 5명, 홍수아 유인나 등 탤런트, 노사연 신봉선 등 총 12명이 멤버다.
주요 내용은 SBS의 ‘패밀리가 떴다’와 비슷하다. 특정 장소로 여행을 가 숙소 생활을 하면서 멤버들 간 우정을 쌓는 것이다. 25일 방송에서는 ‘험담하기 게임’을 벌여 서로의 단점을 알아맞혔다. 진 팀은 찬물로 씻는 벌칙을 받았다.
박성훈 PD는 “다음 회에는 첫인상에 대한 수다를 통해 멤버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숙소 생활을 하면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꽃다발’의 무대는 실내다.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을 가리기 위해 5∼6팀의 걸그룹이 출동한다. 첫회에는 포미닛, 시크릿, LPG, 걸스데이 등이 출연했다. 숫자로 알아보는 토크에서는 각 팀이 숫자와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또 중년 탤런트를 심사위원으로 초청해 장기 자랑을 선보였다.
두 프로그램이 장기 자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장기 자랑은 방송 초기에는 재미있지만 반복되면 금방 식상해지기 때문이다. ‘영웅호걸’은 지난 25일 방송에서 아이돌이 여자 럭비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춤과 노래 장기 자랑을 선보인 데 이어 다음 회에도 해양경찰을 심사위원으로 등장시켜 여성 연예인들의 장기 자랑을 펼칠 예정이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걸그룹이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하고, 애교를 부리는 식의 장기 자랑은 생명이 길지 않을 것이다. 여성 버라이어티에서는 여자 멤버들 간의 미묘한 관계와 캐릭터를 보여줄 때 오래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크 소재를 넓히는 것도 두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여성 버라이어티는 외모와 관련된 소재로 이야기가 한정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두 프로그램은 이전의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형사실을 폭로하는 식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90만원짜리 코 수술을 받았다”는 신봉선의 폭로(‘영웅호걸’)나, “멤버 5명을 합쳐 총 27번의 성형수술을 했다”는 LPG의 폭로(‘꽃다발’)가 그러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윤소씨는 “여성 출연자들이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고 강조하는 토크로는 신선함을 줄 수 없다. 여성들의 연대와 자매애를 보여줄 때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