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장공모제’ 충돌…교과부 “순위 변경되면 추천후보 거부” 공문
입력 2010-07-26 04:01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시교육청이 추천한 교장 임용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시교육청에 발송했다. 교장공모제를 통해 2배수로 압축한 후보자를 교원 의견을 별도로 반영해 1순위 후보를 변경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학생인권조례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로 시작된 진보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교과부의 대립이 교장공모제로 옮겨져 정면충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25일 본보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교과부는 곽 교육감에게 “교장 후보자에 대한 교원 의견 수렴을 재검토하라”며 “교원 점수 평가에 따라 순위가 결정돼 추천자 선정을 할 경우 교장 임용 제청 시 재추천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1·2차 심사 자료를 교육청으로부터 넘겨받아 교장 후보자의 최종 순위가 교원 의견에 따라 뒤바뀐 경우가 있으면 다시 추천하라고 요청하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시·도교육감은 각 교육청이 선정한 2명의 교장 후보 중 1명을 교과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교과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한다. 시·도교육감이 추천한 교장 후보자를 교과부가 거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교과부가 ‘교사 평가’에 제동을 건 이유는 1·2차 공모심사위원회에서 심층 심사를 거친 결과를 놓고 교원 평가를 다시 받으면 객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발표된 교장공모제 실시 절차를 신뢰하는 후보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교사들만의 평가를 반영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뿐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교과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26일 교장공모제를 실시한 72개교 교사 전원에게 2차 심사를 통과한 교장 후보들의 학교경영계획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내고 평가토록 했다. 평가 방법은 각 교사가 후보자별로 1점(매우 좋지 않다)에서 5점(매우 좋다)까지 주는 방식이다.
시교육청은 교원 평가가 교장 후보자를 최종 선정하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배수 후보자 중 통상적으로 1순위자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지만 최종 후보자를 낙점하는 것은 교육감의 재량권”이라며 “곽 교육감이 해당 후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교사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교장공모제는 공모에 응한 후보를 대상으로 학교별 교장공모심사위와 교육청 심사를 거친 뒤 교육감이 최종 후보를 선정, 교과부에 임용을 추천하는 제도다. 서울에서는 76개교가 교장공모제를 실시했으며 평균 경쟁률은 5.2대 1이었다. 이 중 72개교에서 후보자가 2배수로 압축돼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