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 남중국해 간섭말라”
입력 2010-07-26 00:12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다시 신경전을 펼쳤다.
중국 외교부는 25일 미국에 대해 남중국해의 난사군도(南沙群島)와 시사군도(西沙群島) 문제를 국제 이슈화하려고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외교부 웹사이트에 성명을 올려 “이 문제를 국제화하고 다자적인 것으로 만든다면 문제를 악화시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관행은 이런 분쟁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식이 관련국들 간에 직접적인 양자 협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남중국해는 미국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 부장은 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 아세안 국가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중국의) 합리적인 관심의 표현이 강압이냐”라면서 “이것(클린턴 장관의 남중국해 발언)은 옹호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겨냥,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을 해결하는 데 적합한 장(場)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양 부장의 이번 성명은 클린턴 장관이 지난 23일 베트남 ARF의 연설에서 남중국해 영토분쟁 해결이 이 지역 안정에 중심이라고 언급한 뒤 이틀 만에 나왔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유롭게 항해하고 아시아의 공동수역에 제한 없이 접근하는 데 국가적인 이해를 갖고 있으며 남중국에서 국제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사군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이 있는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들도 ARF 회의에서 이 사안을 놓고 강도 높은 논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토론은 매우 격렬했고 중국은 수세적 입장이었다”며 “양제츠 장관은 틀림없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중국해는 풍부한 수산자원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가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관련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