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사랑의 비극… 여친母 살해 20대 영장
입력 2010-07-25 18:47
서울 중랑경찰서는 25일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친구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인 혐의(살인 및 특수감금)로 박모(2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서울 중화동에 사는 여자친구 김모(26)씨를 찾아갔다가 평소 결혼을 반대한 김씨의 어머니 송모(49)씨와 말다툼 끝에 흉기로 송씨의 오른팔을 찔러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다.
지난해 9월 김씨와 교제를 시작한 박씨는 김씨 부모가 “불성실해 보인다”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하자 지난 5월부터 헤어졌다. 그러나 박씨는 다시 만날 것을 요구하며 수차례 행패를 부렸고, 이날도 “등기우편이 왔다”고 속이고 김씨 집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프로파일러와 협상 전문가들은 박씨와 70여 차례 전화통화를 하며 자수를 권유했지만 박씨는 시종일관 “여자친구와 이야기해야 한다. 내버려 둬라”며 거절했다. 박씨는 송씨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뒤에도 여자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직접 밥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자정이 넘어서자 박씨가 ‘오늘이 김씨와 만난 지 딱 300일째 되는 날이다’ ‘바다에 가고 싶으니 차량을 준비해 달라’ ‘바다가 아니면 한강이라도 가겠다’는 등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박씨에게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것이다. 죽지 말고 자수하라”고 설득했고, 마음을 돌린 박씨는 “나갈 때만이라도 네가 내 손을 잡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범행 발생 10시간 만인 24일 오전 2시쯤 자수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