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교장’… 여교사들에게 “처녀 맞아?” 성희롱 발언

입력 2010-07-25 18:47

경기도 의정부시 K초등학교 교장 L씨가 수시로 여교사들을 성희롱하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의정부교육청은 K초교 교사 28명이 국민권익위원회에 L씨의 언어폭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20일부터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여 진정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L씨에 대해 중징계를 경기도교육청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 3월 부임한 L씨가 한 학기 동안 공적·사적 자리에서 100여건이 넘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진정 내용에 대해 확인을 벌였다.

진정서에는 L씨가 교직원과의 첫 회식자리에서 “○○도 여자는 사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싸가지가 없어서…”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말을 했다. 2개월 뒤 부장급 간부 교사들의 회식자리에서 입술이 부르튼 여교사에게 “남편 좋은 술집 보내라. 싸구려 아가씨 있는 술집에 보내니까 이상한 병 옮겨와서 입술이 그렇지…”라고 비아냥거렸다.



7월 들어 교사와 교직원 1박2일 친목행사로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각 학년 담임 여교사들에게 돌아가면서 술을 따를 것을 강요하다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도 여교사들에게 “처녀 맞아? 임신한 거 아니야?” “결혼을 안 한 노처녀라서 그렇다” “누가 입술을 많이 빨아주었나?” “쓸개 빠진 ×”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또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활동이나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녹색×들이 교장을 길들이려 한다” “애××들 밥 처먹이는 데 돈 다 쓴다”는 등 좌충우돌하기도 했다.

그는 또 교직원 친목회가 주관하는 연수에 개입해 강원도 정선군의 카지노로 장소를 정하도록 하고 참여를 거부하는 교사들에게는 사유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교사들이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다음날 성희롱 예방 세부지침을 공지사항으로 올려놓았다.

의정부교육청 윤여무 총무계장은 “감사 과정에 L씨가 진정서 내용의 절반가량을 시인했으며 확인된 성희롱 건수가 워낙 많고 정도가 심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교육청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와 별개로 국가인권위 차원의 조사가 추가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격적인 측면에서 자격 미달인 교사를 걸러내는 교육계 인사시스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L씨는 평교사에서 출발, 교육자로서는 상위급에 속하는 장학사, 연구사를 거쳐 교장에 이르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었다. 그는 K초교로 오기 직전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서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앞장선 공로로 2008년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