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美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 안보리 결의안+美 행정명령 ‘투트랙 北압박’
입력 2010-07-25 20:55
미국의 대북 추가 금융제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조치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먼저 국제사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압력을 넣는 방식이다. 안보리의 결정이니만큼 미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의 의도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관철됐다. 의장성명 9항에는 ‘장관들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고 돼 있다. 이는 결의 1874호의 철저한 이행을 의미한다.
또 다른 방식은 1874호의 철저한 이행 수단을 미국 국내법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안보리 결의안에 두고 실효적 조치는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막강한 자국법을 통하겠다는 계산이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행정명령(대통령령)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행정명령 13382호’에 따라 북한의 원자력총국과 조선단군무역회사를 비롯한 23개 북한 기관 등을 제재하고 있다. 행정명령 13382호는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는 국가나 이들을 지원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 미국 내 자산동결은 물론 미 금융기관 및 국제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막는 조치로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신설됐다. 미국이 행정명령 13382호를 더욱 강화할지 새 행정명령을 만들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행정명령으로 가능한 조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 의혹이 있는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관보에 공시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량파괴 무기나 사치품 거래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이름을 관보에 공시하고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이들의 계좌를 동결·폐쇄토록 하는 방안을 한국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해당 정부나 금융기관이 (대북 제재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신용을 상실할 수 있어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은행 전체를 봉쇄했던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방식과 달리 계좌별로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을 하고, 전 세계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로버트 아인혼 미 대북제재 조정관이 다음달 초 한국 방문을 전후해 일본·중국·동남아 국가들을 순방한다”면서 “(각국 정부들과) 행정명령 제정을 포함한 대북 금융제재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