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원자력 발전] 전세계 발전 현황은… 에너지 안보·경제성…지구촌 다시 ‘원자력 바람’
입력 2010-07-25 21:38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이 부활할 조짐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라는 변수가 힘을 발휘하며 20여년 동안 정체됐던 원자력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국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나서면서 2030년까지 약 400여기가 새로 건설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큰 기회를 맞이했지만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다. 원전 부지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를 비롯한 정치적, 사회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국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과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협조를 받아 프랑스 스웨덴 영국의 원전 주요 시설과 기관을 방문했다. 4회에 걸쳐 녹색성장의 주요 축인 원자력발전의 성장 잠재력과 한계를 살펴보고 기후변화 시대에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방향을 타진해 본다.
1회 : 원자력, 과연 부활하나
유럽과 신흥시장에서 원자력발전은 20여년간 침체기에서 벗어나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1980년 금지했던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이 최근 통과됐다. 노후화돼 폐쇄해야 하는 기존 원전을 대체하는 경우에만 신규 건설을 허용하는 것이지만 발전설비 총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인도 및 동구권에서는 원자력발전소가 대거 건설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원자력협회(WNA)의 스티브 키드 전략연구소장은 원자력이 부활하는 이유로 기후변화 이슈의 부각, 경제성 및 공급의 안정성을 꼽았다. 키드 소장은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기 위한 대안 가운데 재생가능 에너지는 전체 전력 공급의 10∼15%까지 비중을 높일 수 있겠지만 보조금이 없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고 검증된 에너지인 원자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망=문제는 향후 원자력의 성장 속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청(NEA)은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전기 수요가 약 2.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유엔과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 생산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체 배출량의 약 27%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전 세계 발전용 에너지원 가운데 원자력은 13.8%에 그쳤다. 수력(15.6%)과 재생에너지(2.4%)를 포함해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은 31.8%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의 경우 원자력 21.4% 등 37%가 청정에너지원이다. 반면 전 세계 석탄과 천연가스의 발전원 비중은 41.8%와 20.9%에 이른다.
IEA의 블루맵 시나리오에 따르면 2009년 370GW인 전 세계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은 2050년까지 1200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13.8%인 전 세계 원자력발전 비중을 약 24%로 높인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2009년 국가별 원자력발전 설비 규모 1위는 미국으로 104기에 달한다. 이어 프랑스(58기) 일본(55기) 러시아(33기) 캐나다(21기) 한국(20기) 독일(17기) 순이다.
◇의미=최근 스웨덴과 신흥시장 국가들의 원자력 부활 조짐은 매우 시사적이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원자력 르네상스’는 과장일지 모르지만 원자력의 부활임에는 틀림없다. 원자력발전은 폐기물 관리의 어려움, 부지 확보의 어려움, 오랜 건설기간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원전을 시작한 나라들이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에너지 안보상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세르제 가스 NEA 사무국장은 “앞으로 10년간 원자력발전 확산의 걸림돌은 대부분 정책 관련, 산업계의 불안, 그리고 재정 확보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이 얼마나 참여하고 원자력의 역할이 잘 납득되느냐, 민간 부문인 산업계가 원자력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떨쳐 버리고 얼마나 투자에 나서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런던·파리=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