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부채 118조 하루 이자만 80억… “돈 되는건 다 팔아라”

입력 2010-07-25 21:46


“줄이고, 팔고, 축소해라.”

요즘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 사이에서 ‘구호’처럼 자리 잡은 말이다.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비용은 줄이고, 팔 수 있는 자산은 내다팔고, 수익성이 적은 사업은 축소하라는 것. 25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총부채 규모는 118조원. 하루 이자만 80여억원에 달한다.

2003년 20조원이었던 부채 규모는 LH가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등 주요 국책사업을 떠안으면서 급속도로 불어났다. 현 추세대로라면 2012년에는 부채만 176조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지송 LH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래 강도 높은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유자산 매각과 사업 추진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성남시가 2300억원에 대해 지급유예를 선언한 데다 판교신도시 사업을 비롯해 각종 개발 사업마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압박감은 더 커졌다.

LH는 급기야 자구책으로 최대 4조원 규모의 ‘토지수익연계채권’을 다음달 중 발행키로 했다. 이 채권은 확정금리 외에 토지가격 변동에 따라 추가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인데,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 이후 11년 만에 발행하는 것이다. 또 대전 등 일부 지방본부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나서 미분양 토지와 주택을 할당받아 팔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책만으로 LH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빚이 방치될 경우 결국 국민들이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체 구조조정과 더불어 LH가 맡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의 법·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LH는 통합 1주년인 오는 10월 초 재무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