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스트레스 테스트’ 일단 고비 넘었다

입력 2010-07-25 18:35


유럽은행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가 마침내 공개됐다. 91개 평가대상 가운데 국제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스페인, 그리스, 독일 등의 7개 중소 지방은행만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의 대규모 은행들은 합격 판정을 받았다. 결과를 보면 시장에서 우려했던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 유럽 각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부담감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유럽 은행감독위원회(CEBS)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성패는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충분히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했느냐가 시장의 신뢰 회복을 결정한다. CEBS는 이번 평가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3% 포인트 하락하고 실업률 상승, 주가 및 채권가격 하락 등을 가정할 경우 가장 극단적인 평가가 나올 확률은 5%라고 밝혔다. 20년 만에 한 차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당시 최악의 평가가 발생할 확률이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CEBS가 제시한 판단기준의 엄격성을 놓고 여전히 우려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가장 분명하게 요구했던 일부 재정부실 국가의 채무불이행을 가정한 은행 보유국채 손실 가능성, 유럽은행의 충분한 유동성 완충장치 보유 여부, 향후 자본 확충의 용이성에 대한 측정 등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자 시장은 일단 최악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데 따른 안도감을 나타냈다. 평가기준의 엄격성에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평가결과가 예상보다 양호한데다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 자체가 불확실성 해소 및 은행들의 대응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CEBS는 다음달 6일 개별은행의 재무상태를 공개하는 2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의 의미는 최소한 세계경제가 유럽에서 시작하는 경기침체 및 금융위기로 더블 딥에 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완화시켰다는 데 있다. 이제는 이에 대응해 미국경제가 안정적인 경기회복세를 재개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