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방송에 妄言이 버젓이 나오다니

입력 2010-07-25 20:17

“남자들은 군대 갔다 왔으니까, 뭐 해달라고 만날 여자한테 떼쓰잖아요.” “여자들이 힘들게 낳으면 걔네들은 죽이는 거 배운다. 도대체 뭘 지키겠다는 거냐. 걔네 처음부터 그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롭다.” 24일 교육방송(EBS)의 인터넷 강좌에서 한 강사가 내뱉은 발언이다. 반전단체의 독본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교육방송에 버젓이 노출된 사건이 파문을 낳고 있다.

발언의 주인공은 서울 H고 소속 장모 교사다. 그는 군대를 가지 않았고, 갈 의무가 없는 30대 여성이다. 그런 신분의 교사가 언어교육 시간에 남녀의 언어습관을 비교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병역의무 이행자를 싸잡아 모독했다. 남자들을 ‘걔네’라고 호칭했고, 손으로 권총 모양을 그려가며 ‘군인=살인자’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논란이 일자 “다소 긴장되고 흥분된 상태에서 그만 되돌릴 수 없는 망언을 하고 말았다”고 사과했다.

파문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강사 개인의 문제다. 장씨는 대학원 교육까지 받았고, 지방에서 10년 넘게 교단에 섰으며 EBS 강의를 3년째 맡으면서 스타 강사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극히 편향적인 발언 내용을 보면 왜곡된 페미니즘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에서 활동한 흔적도 있다. 물론 교사라고 해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가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개인의 의견을 공공의 영역인 방송에서 표출해서는 안 된다. 그게 교육자의 교양이자 자질이다.

다음 문제는 게이트키핑이 없는 EBS의 시스템이다. EBS 강의는 모두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사전에 내용을 걸러주는 장치 없이 인터넷에 그대로 탑재될 수 있다는 것은 교육방송의 치명적 약점이다. 더욱이 EBS는 국민들이 KBS에 내는 수신료의 3%를 받아 쓰는 곳이다. 정부의 사교육 절감 방안의 하나로 수능시험의 70%를 이곳 강의에서 출제하는 준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향후 동일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EBS의 조치를 예의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