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원회 공화국’으로 되돌아가려는가
입력 2010-07-25 18:59
한나라당은 지난 참여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전 정부 때 573개에 달했던 위원회 중 273개를 통폐합해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수립, 추진했다. 하지만 갈수록 의지가 퇴색하고 최근에는 새로운 위원회가 여기저기 생겨나는 등 참여정부를 닮아간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6월 말 현재 중앙행정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는 모두 431개로 나타났다. 전 정부에 비해서는 줄었고, 상당수는 국회에 폐지 법안이 계류중이라고 하지만 당초 계획에는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재정건전성관리위원회’ ‘여성지위위원회’ ‘대법관추천위원회’ 등 새로운 위원회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어 이러다가 ‘도루묵’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위원회 설치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새롭게 들어선 자치단체장들이 ○○조직위원회, ○○추진위원회, ○○혁신위원회, ○○심사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앞 다투어 신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원회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 민간 전문가들을 기용해 이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관료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조직을 활용해도 될 분야에까지 무분별하게 위원회를 설치하면 행정낭비뿐만 아니라 관료 조직을 수동적 습성에 빠트릴 위험이 있다.
위원회는 특히 자문기구인 관계로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쉽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측근 기용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굵직굵직한 위원회의 위원장에는 주로 대통령 측근들이 기용됐다.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그 때문에 월권을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위원회는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하되 정책의 보조기구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마치 위원회 만능주의처럼 군림해서는 곤란하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