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첫번째 희곡 ‘베로나의 두 신사’… 음악극으로 관객 만난다

입력 2010-07-25 17:51


고전은 단순히 오래 된 것을 칭하는 말이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가치를 잃지 않고 현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고전이라는 명예가 주어진다.

음악극 ‘베로나의 두 신사’(사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왜 고전으로 사랑받는지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셰익스피어가 1590년에 쓴 그의 첫 번째 희곡이다. 내용이 길고 구조적으로 허술한데다가 엘리자베스 시대 관객들이나 알 수 있는 농담과 인용이 사용돼 희곡을 그대로 공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출자인 글렌 월포드는 이야기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연극적인 형식에다 음악을 끼워 넣는 음악극의 형태로 창조했다. 그의 시도는 납득할 만큼 큰 만족감을 준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관객 입장에서는 배꼽 잡는 코미디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진지하기만 하다. “넌 너의 꿈을 찾았잖아, 너의 사랑을. 난 별을 따러 갈거야”, “아. 나처럼 불행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전투의 대사는 낭만적인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희극적인 요소가 된다. 비록 번역으로 인해 원작의 느낌이 100% 살지는 않지만 손실되는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으로 채워 극을 한층 풍성하게 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등으로 구성된 5인조 라이브 밴드도 흥을 돋우는데 제 역할을 한다.

‘베로나의 두 신사’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실비아의 아버지로 나오는 성기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여러 뮤지컬에서 주역을 맡았던 베테랑답게 주변 인물임에도 극의 중심추 역할을 하며 젊은 배우들을 이끈다. 두 주인공인 발렌타인 역의 김호영과 프로튜스 역의 이율은 자신들이 좀 더 큰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할 준비가 됐다는 듯 열정을 뿜어낸다.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부르는 강아지 땡칠이는 확실하게 감초 역할을 한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더블캐스팅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들의 호흡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된다(02-577-1987).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