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리비아 대표부 사무실 지난달 갑작스레 폐쇄
입력 2010-07-24 00:30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지난달 갑자기 사무실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정부와 이상 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23일 주한 리비아 대표부가 지난달 24일부터 비자 발급을 비롯한 영사업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대표 직원 3명은 2주 전 모두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그러나 리비아 대표부 업무 중단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외국 대사관이나 대표부가 사무실을 폐쇄할 경우 해당국에 폐쇄 이유와 일정 등을 미리 통고하는 게 외교적 관례다. 그러나 리비아 대표부는 이 같은 내용을 우리 외교부에 통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단교를 위한 사전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이태원동 리비아 대표부 건물은 현재 셔터를 내린 채 굳게 잠겨 있으며 개봉되지 않은 우편물이 가득 쌓여 있다.
영사업무가 중단되면서 리비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인력 확보 등에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1000여명에 달하는 교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달 전 리비아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 목사 고모씨가 리비아 보안당국에 체포돼 억류 상태인 사실이 확인됐다. 고씨가 억류된 것이 양국 외교관계 악화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고 목사는 종교법 위반으로 리비아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고씨를 도운 한국인 농장주 주모씨도 최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권에서는 다른 종교의 선교활동이 금지돼 있지만 리비아에서 선교사가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리비아 대표부 폐쇄나 고 목사 체포의 배경을 놓고 외교부 주변에서는 한국과 리비아 정부 간에 진행되고 있는 모종의 사업이 차질을 빚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 의원은 당초 예정과 달리 리비아 최고위층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