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매미 경보…분포지역 작년보다 3배 증가
입력 2010-07-23 21:45
올해도 꽃매미(사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오글오글 나무에 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과수 농사를 망치는 불청객이다. 올해 꽃매미 출현 지역은 지난해보다 3배나 늘어 지방자치단체와 농가엔 방제 비상령이 내려졌다.
강원도 삼척시는 23일 “시내 일부 지역에서 꽃매미 성충과 어린 벌레가 발견됐다. 꽃매미는 지난해까지 강원영동 지역에선 발견된 적이 없었다”며 농가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꽃매미는 경남 지역에서도 올해 처음 발견됐다. 경남농업기술원은 창원시 북면 지역에서 꽃매미 약충(날개가 돋지 않은 어린 벌레)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기술원 관계자는 “꽃매미가 성충이 돼 날아다니면 농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꽃매미는 10월에 산란, 4월부터 부화해 7월 말쯤 성충이 나타난다. 꽃매미는 겉모습이 일반 매미와 비슷하지만 ‘공명판’이 없어 울음소리를 내지 못한다. 꽃매미의 성충과 유충은 모두 나무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는다. 가죽나무와 버드나무 등을 좋아하지만 과일 나무에도 피해를 준다. 과실수 가운데 특히 포도나무를 좋아해 포도 농가엔 치명적이다.
농촌진흥청은 “꽃매미가 성충이 되는 7월 말∼8월 초 이전에 방제 작업을 해야 한다”며 “지역별 동시 방제와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방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충이 돼 날아다니면 농작물 피해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살충제를 뿌릴 수 없는 유기농 과수원은 더욱 걱정이 크다. 농진청은 침노린재 고치벌 좀벌 사마귀 파리매 까치 박새를 꽃매미의 천적으로 양성 중이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꽃매미 개체수를 따라잡기엔 버겁다.
도시 지역도 꽃매미 퇴치에 골치를 앓고 있다. 가로수와 길바닥에 흉측할 정도로 많이 붙어 있어 철마다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는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나무에 달라붙은 꽃매미 알집을 긁어 없애고, 이달부터 가로수에 끈끈이 테이프를 붙여 나무를 오르내리는 약충을 잡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방제작업이 효과를 거둬서인지 지난해보다 끈끈이에 붙는 약충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꽃매미는 2004년 충남 천안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된 뒤 2006년 서울, 천안, 충북 청주, 전북 정읍 등지에서 대량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경북 일대로, 지난해엔 내장산 계룡산 소백산 치악산 등 국립공원 지역으로 확산됐다. 2006년 1㏊에 불과했던 꽃매미 발생면적은 2007년 7㏊, 2008년 91㏊, 2009년 2946㏊, 올해 8378㏊로 늘어났다. 꽃매미는 중국 북부에 널리 분포하는 곤충이어서 중국에서 수입된 물자 등에 묻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