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검찰을 정치적 이용말라” 김준규 총장 발끈

입력 2010-07-24 00:29

김준규 검찰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법처리에 정치권이 관여했다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 총장은 2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회의에서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 마라”며 “사건 처리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그냥 넘길 경우 ‘검찰이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점을 시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향후 검찰의 신뢰와 독립성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도 일제히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 외압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며 “김 원내대표 발언은 검찰의 독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은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는 국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총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내가 ‘검찰과 이야기했다’고 한 적이 없다”며 “(김 총장이)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의 경우 민주당 요구를 받고 교섭해 불구속기소하게 노력해 줬는데, 민주당이 어떻게…”라고 발언했다 이런 언급은 여당 지도부가 야당과 물밑거래를 위해 검찰에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 측근은 “(한 전 총리를) 불구속 수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검찰에) 냈다는 것이지 검찰과 직접 교섭했다는 뜻은 아니다”며 “오해를 사게 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지난 20일 건설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주현 3차장검사는 “한 전 총리는 비록 범죄 혐의가 중하지만 국무총리를 지낸 여성 정치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높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뇌물 사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김나래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