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도 못받은 北 외무상… 한·미·일 외교장관 외면
입력 2010-07-23 21:31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23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 개막 시간인 오전 9시가 가까워 오자 6자회담 참가국 외교수장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오전 8시45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필두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차례로 로비를 거쳐 1층 귀빈대기실에 들어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오전 9시 정각에 도착했다.
박 외무상과 클린턴 장관은 회의장에 모인 전 세계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박 외무상은 다른 ARF 참가국 외교수장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특히 한국과 미국, 일본 장관은 철저하게 박 외무상을 외면했다. 클린턴 장관은 유 장관은 물론 다른 아세안 참가국 장관들과 인사하느라 여념이 없어 박 외무상과 대조를 이뤘다. 박 외무상은 본회의장에 들어선 뒤 옆에 앉은 양 장관과도 말을 섞지 않고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정면으로 마주앉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본회의에서도 북한은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박 외무상은 준비된 원고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을 뿐 톤을 높여 한·미를 비난하는 모습은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에 비해) 압도적 열세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발언권 대부분을 남중국해 관련 방어에 할애하는 등 북한을 도와줄 겨를이 없었기 때문으로 그는 분석했다.
대부분 참가국들은 천안함 문제를 발언 맨 앞부분에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절반 이상의 국가들이 모두발언에서 천안함 공격에 대한 규탄(Condemnation)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조기 재개를 강변하지는 않았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한 국가는 없었다고 전한다. 의장국인 베트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대한 지지와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하노이=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