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봉사단 피살 3년…“가족들 엄청난 몸값 지불, 호화여행·쇼핑 사실무근”

입력 2010-07-23 17:35


2007년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던 샘물교회 봉사단원 23명을 구해내기 위해 정부가 아닌 피랍자 가족들이 몸값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피랍사태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23일 “엄청난 금액을 가족들이 마련했고 막후 협상 때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그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값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가족들이 대출도 받고 교회에서도 보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함구하도록 국정원 측이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피랍자와 그의 가족들은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 몸값과 관련해서는 당시 탈레반에 희생된 고(故) 심성민씨의 부친 진표씨에게 교회 측이 지급한 3억원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진표씨는 2008년 7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국내 한 은행으로부터 200억원가량을 빌려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했고, 피랍자 가족 대표와 교회가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은조 샘물교회 목사는 “우리는 국정원에 갚아야 할 돈이 없으며 정부와 우리 사이에 주고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피랍사태 자체가 국가적 보안 사안이며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인 만큼 그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국정원도 당시 관여했던 그 누구도 코멘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봉사단원들을 납치했던 초기 탈레반은 ‘갱단’과 같은 조직에 불과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납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세력에 인질로 넘겨졌다.

한편 피랍자들에 따르면 피랍 43일 동안 탈레반 농가와 토굴, 초소 등을 오가며 하루 평균 10∼20차례 이동과 감금을 반복했다. 일부는 극심한 폭행과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호화 여행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들이 탑승한 대형 버스는 폐차 직전의 벤츠 버스로 에어컨은커녕 시동도 제대로 걸리지 않는 차량이었다. 납치 직전 쇼핑을 즐겼다는 것도 사실무근이었다. 살아 돌아온 피랍자 21명 중 14명은 25일 아프간 사태 3주기를 맞아 피랍 당시 소회와 고백을 담은 책을 비매품으로 출간한다. 당시 유일하게 자녀를 둔 여성 피랍자인 김윤영(38)씨는 피랍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하는 ‘아프가니스탄, 그 50일간의 여정(빛나는 새벽별)’이란 책을 다음달 출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달 말에는 두 희생자 추모관도 교회 내에 건립된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