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거래 은행 스스로 불법계좌 동결… “실핏줄까지 죌 것”

입력 2010-07-23 18:25

미국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 대북 금융제재 조치는 2006년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압박이 될 전망이다.

과거 BDA 금융제재가 은행 한 곳을 동결시킨 일반타격(general strike)이라면 이번 조치는 그물망처럼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북한 계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거래를 정지시키는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다.

미국은 보름 안에 구체적인 제재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무서운 이유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나서서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북한 계좌를 보유한 은행들에 대해 미국이 2주간 시간을 줬기 때문에 알아서 할 것”이라며 “북한과 거래를 하다가 미국에 걸리면 행정제재가 가해지니까 그것이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계좌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은 어렵지만 은행들이 알아서 의심이 드는 북한계좌를 조사한 후 동결시킨다면 제재효과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추가 금융제재 조치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이용호 북한 외무성 참사는 “이미 제재 속에서 살고 있다. 제재에 익숙하다”며 “큰 효과는 물론 작은 효과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BDA 제재 이후 북한이 금융제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외화결제 계좌 및 예금주 이름 등을 변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인 명의나 외국의 위장회사 명의로 계좌를 열어 금융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새로 계좌를 만들어서 돈을 이체한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부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달러의 보유 및 거래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나 중국 위안화의 보유 및 거래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재를 피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상 모든 화폐는 결제시 반드시 한번은 미국 금융기관을 거치게 돼 있다”며 “북한이 유로화와 위안화를 들고 다니면서 거래를 하지 않는 한 금융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하노이=이도경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