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비싸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캐피털 일제조사 방침… ‘갈지 자 대응’ 논란
입력 2010-07-23 22:00
제2금융권의 캐피털(할부금융)업계가 느닷없는 금융당국의 강공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시작은 22일 미소금융지점을 현장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캐피털사의 금리가 불법 사채보다 비싸다”고 말하면서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캐피털업체에 대한 일제조사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한 대출자의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처럼 즉흥적이고 느닷없는 정책 집행이 온당한지 논란이 적지 않다.
◇논란의 전말=캐피털업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는 한 미소금융 신청자의 잘못된 정보 제공과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기자단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2일 오전 서울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에서 정모(63·여)씨와 마주앉았다. 정씨는 “캐피털업체 금리가 40~50%에 달한다”고 했다.
진 위원장은 당황하며 “그럴 리가 없을 텐데…보통 20~30% 정도일 텐데…”라고 말했지만 이 대통령이 “불법 사채보다 비싼 것 아니냐”고 묻자 “신용이 안 좋아서 그런가 보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대기업 캐피털업체가 불법 사채보다 이자를 더 받는다”고 질책하자 “불법 사채는 이보다 더하다”고 얼버무렸다.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큰 재벌에서 일수이자 받듯이 (고금리를)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는다. 대기업 캐피털이 40~50% 이자를 받는 게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진 위원장은 “채권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조달금리가 높아서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캐피털업체의 평균금리는 32%에 불과하다. 연체이자가 붙지 않는 이상 최고금리가 40%를 넘는 곳도 거의 없다.
대통령은 이후 청와대에 복귀해 ‘40~50%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진 위원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정확히 사실을 밝히지 않아 사안이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의 태도 변화=23일 오후까지 내부적으로 정씨의 착각에 의한 해프닝 성격이 강하다고 보던 금융위의 태도는 밤이 되면서 급변했다. ‘캐피털업계의 금리 마진이 5% 정도인데, 어떻게 다시 금리를 내리라고 하느냐’던 말은 쑥 들어가고 ‘30%대 캐피털 금리도 높다’는 소리가 커졌다.
진 위원장도 23일 기업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캐피털사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30%대 금리는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서민의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협의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캐피털업계에 대한 일제점검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한 업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판단에 따라 내려져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누가 이를 즉흥적인 정책 집행이 아니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전 금융위 관계자는 “논란 확대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실수가 있었지만 30%대 중·후반에 달하는 캐피털업체의 고금리 영업도 문제”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캐피털업체의 수익구조를 명확히 파악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캐피털업체는 모두 35개이며 금리는 최저 6~7%, 최고 38% 정도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