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소문에 정두언 부인 화랑 문닫아”

입력 2010-07-23 21:34

정 최고위원측 “증권가 정보지에 나돌아 손님 끊겨”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인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정보 및 사정기관들이 여권의 권력 실세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다른 여당 의원들도 뒷조사를 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 들어 정치 사찰이 일상화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정태근 의원 등에 따르면 정 최고위원과 부인 이모씨, 정 의원과 부인 한모씨 등이 정보기관들로부터 사찰을 받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사찰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최고위원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초 그가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에 대한 퇴진 요구를 한 이후부터 정보기관들의 동향 파악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 강남에 있는 정 최고위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도 사찰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 측은 “우리가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고, 당시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에도 이런 얘기가 나돌았었다”며 “특히 기관 사람들이 체크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부인이 하는 화랑에도 손님이 끊겨 결국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 역시 본인의 동향과 함께 그의 부인이 부사장으로 있는 모컨벤션사업 전문업체가 사찰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업체가 2008년 이후 급성장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정보기관들이 수주 및 거래 내역을 파악하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 측근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사찰 소문을 계속 들어 왔고, 특히 지난해 말부터 사찰이 더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남 의원과 정 최고위원, 정 의원 등이 여권 실세들에 ‘반기’를 든 대표적 인물들이어서 이들이 괘씸죄 차원의 사찰을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아울러 여권 비주류인 친박계 인사들도 자신들에 대한 사찰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우리는 워낙 처음부터 감시 대상이 될 것으로 알고 몸조심을 해왔다”며 “오죽했으면 홍사덕 의원과 이성헌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사찰 의혹을 제기했겠느냐”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2월 라디오에 출연, “요즘 들어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이래 없어졌던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청와대 주변 인사들이 의원 누구에 대해 마치 무슨 흠이 있는 듯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위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비슷한 시기 이 의원도 라디오에서 “정보기관이 박근혜 전 대표의 식사자리 동향까지 사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인 사찰 의혹이 잇따르자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민간인이든 정치인이든 사찰을 하면 안 된다”며 “사실이라며 엄중히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천안에서 개최한 최고위 회의에서 “이명박 정부는 사찰 공화국으로 특검을 해서라도 사찰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손병호 김나래 노용택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