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격전지 천안 민심… “한나라엔 아직 앙금 남아 野후보는 누군지 모르겠다”

입력 2010-07-23 18:16


“충청도는 항상 여야가 5대 5나 4대 6이었지유.”



23일 충남 천안 시내에서 만난 택시기사 오모(57)씨에게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 거냐고 묻자 이처럼 알 듯 모를 듯한 답이 돌아왔다. 누가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캐물어도 끝내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여당 후보는 밖에 나가서 돈을 많이 벌어왔다고 하는디…”라며 말끝을 흐릴 뿐이다.

여야 후보들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충남 천안을 보궐선거. 하지만 6·2 지방선거 바람이 한 차례 불고 지나간 뒤라서인지 현장에선 선거 열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성환읍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홍석구(49·자영업)씨는 “지방선거 때는 간간이 선거 얘기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를 별로 듣지 못했다”며 “누굴 찍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논란 때문인지 여전히 지역주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잘 알지 못하는 야당 후보에게 선뜻 표를 주겠다는 사람도 적었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오인환(53·회사원)씨는 “한나라당은 나 같은 서민과 거리가 먼 것 같아 싫고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후보는 누군지 잘 몰라서 투표하고 싶은 맘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나마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가 내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공약이 선거 이슈였다. 쌍용동 롯데마트 로비에서 만난 김연수(69)씨는 “돈을 많이 벌어본 사람이 국회의원 되면 지역경제도 잘 살리지 않겠느냐”고 김 후보 공약에 기대를 내비쳤다.

미세하지만 표심은 신도심 지역과 읍·면 지역이 엇갈렷다. 도심에서는 민주당 박완주 후보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두정동 상가에서 만난 김호정(38·회사원)씨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월급 차이는 별로 안 난다”며 “우리 같은 서민들은 살기가 힘든데 민주당이 그래도 ‘서민정책’이 많지 않느냐”고 했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선거운동 기간 7번이나 천안 도심 지원유세를 벌이며,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읍·면 지역에서는 지역 기반을 가진 선진당 박중현 후보의 지지자가 적지 않았다. 지난번에 누굴 뽑았느냐고 하자 성환읍 우모(75)씨는 대뜸 “나이든 사람들은 어쨌든 선진당이여”라고 했다. 지방선거 때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다던 심상오(53)씨도 “그래도 충청도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선진당 후보를 택하겠다고 했다.

후보들은 이날 집중호우와 TV 토론 준비 때문에 오후 거리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천안 도로 곳곳에는 한나라당 김 후보가 내건 ‘3조5000억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민주당 박 후보의 ‘다시 한번 2번으로 충청의 자존심을’, 선진당 박 후보의 ‘고개 숙인 천안 바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게 장대비를 맞고 있었다.

천안=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