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1→431’… 정부, 위원회 절반으로 줄인다더니 고작 10개 감소

입력 2010-07-23 22:54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한 정부위원회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이 녹슬고 있다. 올 들어 통폐합된 위원회 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각종 위원회가 하나둘 새로 생겨나고 있다.

23일 행정안전부와 각 부처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중앙행정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는 모두 431개로 지난해 말의 441개와 비교해 고작 10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겠다며 2008년 4월 당시 573개인 위원회 가운데 273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1년 만에 위원회 숫자는 456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위원회 정비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15개의 위원회가 폐지된 데 이어 올해에는 고작 10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국회에서 위원회를 폐지하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공기관개인정보보호심의위원회’는 폐지하기로 결정돼 2008년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이처럼 국회에 관련법 개정이 상정된 뒤 폐지될 운명에 놓인 위원회는 48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위원회 수는 당초 폐지키로 한 목표보다 100개 가까이 초과돼 있다. 게다가 정부 분위기는 위원회를 과감하게 줄이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새로 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호의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다.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처하고 업무에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의 재정관련 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립·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8월 중으로 정부 주요 부처 장관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재정건전성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성부는 여성 지위 발전을 위한 ‘여성지위위원회’와 ‘여성지위실무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도입하면서 ‘이력추적제운영협의회위원회’를 새로 설치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대법관추천위원회와 대통령 산하 양형위원회 설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위원회 내에 분과위원회를 새로 두는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인체조직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는 ‘인체조직전문평가위원회’를 신설해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와 별도로 운영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조직에 위원회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정책 결정 속도가 떨어지고 책임 전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법을 제정할 때마다 위원회를 두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