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콜롬비아와 외교 단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가 반군 숨겨 줘” 주장에 초강수
입력 2010-07-23 18:11
베네수엘라가 22일 콜롬비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베네수엘라가 최대 반군 조직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숨겨주고 있다는 콜롬비아 정부의 주장에 ‘단교’라는 외교 초강수로 맞선 것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국영TV 연설에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앞날은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고 수위의 경계령을 전역에 내린 가운데 2300㎞에 이르는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따라 군 병력을 배치했다. 또 자국 내 콜롬비아 외교관들에게 72시간 내에 떠날 것을 명령하고, 수도 보고타에 있는 콜롬비아 대사관을 즉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앞서 콜롬비아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특별회의에서 베네수엘라산 맥주를 마시는 반군단체 지도자 사진과 베네수엘라에서 1500명의 반군 게릴라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회원국 앞에 제시했다.
루이스 알폰소 오요스 OAS 콜롬비아 대사는 회의에서 차베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른 뒤 “OAS가 베네수엘라 내 콜롬비아 반군세력의 실체를 조사할 위원회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영토 내에 콜롬비아 반군 세력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6월 콜롬비아가 미군 기지를 수용하기로 하자 반미주의자인 차베스 대통령이 맹공을 가하면서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반군 문제가 관계 악화를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차베스 대통령의 단교 조치는 9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을 조성해 반대파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까지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이 우리베 대통령을 거듭 비난하면서도 다음달 7일 취임 예정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차기 대통령 당선자 체제하에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와 외교 관계를 단절한 것은 적절치 않은 방식”이라고 우려를 표명했고, 브라질은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