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금리대출 실태조사 이제야 한다니
입력 2010-07-23 21:44
캐피털사의 고금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서울 화곡동에 있는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에서 일일 창구직원을 맡아 대출을 신청하러 온 정모씨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캐피털사의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 국정철학 실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것은 이 대통령이 신용등급이 낮아 제1 금융권에서 소외되고 있는 서민들의 금융이용 현실에 너무 어두웠다는 점이다. 제2 금융권의 대출금리 수준을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씨가 돈을 빌렸던 캐피털사의 대출금리가 40∼50%라는 말을 듣고 캐피털사가 사채업자와 다를 게 없다며 진노했다. 캐피털사들이 흔히 최저 금리로 10% 안팎을 내세우지만 실제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30%대라는 것은 서민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동석했던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캐피털사의 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단지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이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가 현장을 몰랐다”고 고백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제2 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상황에 대한 금융위원장의 상황인식은 안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씨가 대출받은 캐피털사의 적용 금리는 실제론 35%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캐피털사의 조달금리가 높아 고금리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따져볼 일이다. 캐피털사의 조달금리가 평균 5% 안팎인데 대략 10% 정도의 연체율을 감안하더라도 30%대의 평균 대출금리는 문제가 많다.
어제 진 위원장은 캐피털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뒤늦게 실태조사 운운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평소에 미리미리 현실을 파악하고 대처했더라면 서민·저신용자들의 금융이용은 훨씬 수월했을 터다.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서민들에게 쉽게 감지되지 않은 까닭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어떻든 이번 기회에 제2 금융권의 고금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