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태권도협회 고문 고려인 2세 최명철씨
입력 2010-07-23 18:02
제1회 영천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 참석차 방한한 러시아 태권도협회 고문인 고려인 최명철(60)씨는 마흔이 다 돼서야 태권도를 알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 식전 공개행사로 열린 태권도 시범공연을 TV로 보고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내 부모의 나라에 저런 무술이 있구나. 얼른 가서 배워야지.”
이듬해인 89년 한민족체전 때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자신의 희망을 정부 관계자에게 전달했고 마침내 90년 국기원을 방문, 3개월간 태권도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고향이 강원도 원산인 그의 부모는 일제에 의해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이주했고 최 고문은 거기서 태어났다.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대학을 다니면서 러시아 무술 삼보에 매료된 그는 배운 지 1년 만에 시 대표가 될 만큼 무인의 기질을 타고났다. 대회 때마다 체구가 작은 레닌그라드종합대학 선수를 만났는데 그가 바로 지금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다. 체급이 달라 맞붙을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러시아로 돌아간 최 고문은 91년 러시아태권도협회를 창설한 뒤 태권도에 관심 있는 러시아인들을 한국에 데려와 태권도를 배우도록 했다. 지난 20년간 매년 4, 5차례씩 각종 국내 태권도대회와 교육프로그램에 참석하면서 그가 데려온 러시아 수련생은 2000명에 달한다. 지난 13일 폐막된 영천 국제클럽오픈대회에도 러시아 전역에서 200여명의 수련생을 이끌고 방한했다.
2013년 러시아 카잔 유니버시아드에 태권도가 정식 종목에서 빠진 것이 못마땅한 최 고문은 방한 기간 중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한체육회를 방문,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협조를 당부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올해로 65회째가 되는 사할린 고려인 해방기념일에는 한국에서 태권도 시범단과 전통음악 공연단을 파견해주도록 국기원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할린은 한국보다 조금 늦은 9월 2일 해방이 됐어요. 매년 광복절 행사가 열리지만 뭔가 부족해 올해는 한국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축제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고려인 2세인 그의 모국 사랑은 태권도와 연관된 것만은 아니다. 러시아 내 그의 인맥을 적극 활용, 삼성 등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에 가교역할을 해왔다. 또 2002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의 핵연구소를 방문했을 때는 통역으로 나서기도 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