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장아찌 인생
입력 2010-07-23 17:24
뜨거운 여름, 사람들은 무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기 십상이다. 물론 제철에 맞는 별미도 있을 테고 외려 한여름에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마땅한 찬거리가 없던 시절, 소금물에 절인 오이지를 송송 썰어 갖은 양념을 넣고 무쳐 먹거나 찬물에 우려내어 냉국으로 먹던 기억이 난다. 혹서기의 일품 요리였다.
입맛이 달아난 요즘은 보릿고개 시절에 끼니마다 먹던 장아찌조차 그리워진다. 마늘과 오이, 깻잎 등을 된장, 고추장, 간장 속에 박아둔 장아찌는 집집마다 별난 장맛과 간의 향기가 전해준 진정한 별미였다. 거기에는 서양식 오이 피클이나 일본식 단무지하고는 차원이 다른 우리 민족 특유의 짠맛과 향기가 배어 있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오히려 인심이 후해서 장맛 제대로 밴 장아찌를 이웃과 나눠 먹기도 했다. 그렇게 나눔을 실천한다면 은은한 삶의 맛이 우러나오지 않을까 싶다.
임준택 목사(대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