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장마 끝나면 무더위…다가오는 ‘오존’ 복병

입력 2010-07-23 22:56


장마가 물러가면 폭염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건강의 복병 ‘오존(O왷)’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올 여름은 오존 대량 발생에 적합한 삼박자(무더위, 땡볕, 낮은 풍속)가 맞아떨어지는 날씨가 자주 나타나 보건·환경 당국이 노심초사 하고 있다. 서울시 대기평가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6월 오존주의보 발령 현황을 비교한 결과 올해가 발령 일수와 횟수, 지속 시간에서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존은 5∼9월에 주로 발생하는데, 특히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이 시작되는 7월 말∼8월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오존은 지구 대기 중에서 오존층이라는 공기층을 형성해 지표면에 내리쬐는 자외선을 걸러주기 때문에 피부암 등을 막는 고마운 역할을 하지만 지표면에서 생성되는 오존은 인간의 건강에 해로운 대기오염 물질이 된다. 오존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 산화물, 연료가 불완전 연소되거나 주유소에서 기름 채울 때 증발하는 휘발유, 경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혼합된 상태에서 햇빛(특히 자외선)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다. 바람이 적게 불고 햇빛이 강하며 강수량이 적을 때 더욱 활발하게 반응한다. 또 복사기나 레이저 프린터에서 레이저를 사용할 때, 비오는 날 번개 치듯이 높은 전압의 스파크 방전이 일어날 때도 생성된다.

오존은 맵고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연남색 가스다.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오존 농도가 높은 곳에서는 코가 매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고농도라야 눈에 보일 정도의 연남색을 띄기 때문에 색깔로 오염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산소 원자 3개로 구성된 오존이 몸에 해로운 것은 오존이 분해될 때 떨어져 나오는 산소 이온 때문이다. 몸속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면 산소 이온이 세포를 파괴하는데, 특히 숨 쉴 때 들어오는 산소 이온이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을지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훈 교수는 “오존 농도가 0.1ppm/h 이상이 되면 눈과 호흡기를 자극하며 두통을 일으키거나 호흡 수를 증가시킨다. 또 0.3ppm/h 이상일 땐 운동 중 폐기능이 감소할 수 있으며, 0.5ppm/h 이상이 되면 마른 기침이 나며 흉부가 불안해지는 등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외부 체육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 특히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과 어린이들은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오존은 입자가 작아 마스크를 써도 예방이 되지 않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