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개봉 ‘크랙’, 순수한 소녀들의 잔인한 질투와 파국
입력 2010-07-23 18:14
여학생 기숙학교에 불쑥 끼어드는 전학생. ‘크랙’은 밀폐된 세계에 던져진 돌멩이의 위태로운 착지에 관한 이야기이자 소녀들의 성장 영화이며, 거짓이 진실 속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었을 때의 불편함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1930년대 영국의 한 기숙학교. 완고한 성과 같이 견고하던 ‘미스G’와 다이빙팀 학생들의 세계에 스페인 출신의 아름다운 귀족 ‘피아마’가 전학을 온다. 아직 어린애 티를 벗지 못하는 학생들과는 달리 피아마는 눈부시게 빛나는 미모와 재능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피아마와 처음 대면하자마자 경계하기 시작한다. ‘디’를 비롯한 아이들과 미스G가 만들어놓은 빈틈없는 세계에 피아마가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갈등과 집착, 사랑과 미움을 그렸다.
영화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007 카지노 로얄’의 본드걸 에바 그린이 맡은 아름다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여교사 미스G다. 에바 그린은 학생들의 완벽한 하늘이었던 진취적인 여성이 집착과 거짓으로 모두에게 버림받고 파멸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으면서도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피아마 역을 맡은 스페인 배우 마리아 발베르도 역시 제 역할을 해냈지만, 존재감에서는 미스G에 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학생들의 리더 디의 내면 변화다. 여학생들의 풋풋한 웃음소리 속에서 단연 빛나는 것이 미스G와 피아마의 신비로운 매력이라면, 104분의 러닝타임이 끝났을 때 생각나는 존재는 디다. 선생님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며 새로 전학 온 피아마를 아무 이유 없이 괴롭혔던 그녀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나가는 용기를 갖추게 되었을 만큼 성장한 정신을 보여준다. ‘어톤먼트’에 출연했던 주노 템플이 맡았다.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물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소녀들의 생동감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숱하게 등장하는 다이빙 장면의 상당 부분은 배우들이 대역 없이 직접 촬영했다. 하지만 미스터리 영화라는 데 현혹돼 박진감과 스릴 넘치는 공포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하다. 유혈과 비명, 귀신이 난무한 한국식 학원물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를 연출한 조던 스콧 감독은 ‘로빈 후드’, ‘바디 오브 라이즈’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친딸이다. 이번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다. 12세 관람가. 29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