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불길 확산] “남경필만 조사했겠나”… 남의원 “MB정부 신뢰 문제”
입력 2010-07-23 00:26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불법 사찰 문제가 정치권에서 재부상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4선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가족까지 사찰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여당 중진 의원 주변까지 불법 사찰한 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들이 움직였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게 된다.
남 의원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선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고,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어났는지 검찰이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당 안팎에선 남 의원이 2008년 4월 총선 당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에 사찰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남 의원 외에도 이 의원의 불출마와 2선 후퇴를 요구한 다른 의원들에 대해 뒷조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남 의원은 “2008년 당시 누군가 조사하고 있다는 낌새는 있었으나 누가, 어떤 기관에서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사찰한 것도 아니고 집사람을 사찰했다고 하니까 더욱 화가 많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의원이나 야당 의원에 대한 사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다른 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 의원만 사찰했겠느냐”며 “상당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당 중진의원까지 했다면 야당도 하지 않았겠나. 얼마나 많은 야당의원을 사찰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조해진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바로잡혀야 할 일”이라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민간기업인 S건설이 주한미군기지 이전 공사를 수주하면서 친노 실세들에게 비자금을 제공했으리라고 보고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조사를 의뢰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특수수사과가 조사한 결과 오히려 S건설 대표가 박영준 국무차장과 밀착돼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당혹한 지원관실이 이 사건을 없었던 일로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정승훈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