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 안팎] 줄줄 새는 곳간 뒤지기… 지자체 “자치권 침해 우려”
입력 2010-07-22 21:41
감사원이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지방재정 건전화를 유도하는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가장 빠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의도다. 그래서 이번 특감은 단체장의 비리 색출보다는 지자체 재정 건전화를 위한 일종의 ‘컨설팅’ 감사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피감기관인 지자체들은 자치행정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자체 재정 악화에 제동 걸기=지방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246개 지자체 중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절반에 가까운 114개(46%)나 될 정도다. 지방세 수입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단체장 주도의 무리한 선심성 사업, 낭비성 행사도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현실은 이달 중순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다시 부각됐고 정부는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 감시 시스템 도입키로 했고, 부실 지방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의 특감 착수는 정부의 지방 재정 건전화 대책의 마지막 방점 성격이 짙다.
감사원은 이번 특감에 ‘선택과 집중’ 카드를 택했다. 감사원 재정건전성 태스크포스(TF)에서 문제성이 짙은 사업으로 분류된 사안은 감사원 인력을 즉각 투입하는 반면, 규모가 작은 지자체 감사는 해당 광역단체의 자체 감사기구 손을 빌리기로 했다.
감사원에서 지자체 감사를 담당하는 자치행정감사국 인원은 22일 현재 85명에 불과하다. 이 인원으로 전국 246개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점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인구 50만명 이상 규모가 큰 지자체는 자체 인력을 투입하겠지만 50만명 이하 지자체는 해당 광역단체와 합동감사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또 공직 비리 감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공직감찰본부를 신설, 산하에 비리 조사 전담 부서인 특별조사국과 감찰정보단, 공공감사운영단, 감사청구조사국을 두기로 했다. 이번 특감에서 단체장 비리가 적발될 경우 공직감찰본부로 사건을 이첩해 별건 처리할 계획이다.
◇지자체 자치권 침해 논란=감사원은 이번 특감이 단편적인 지적을 하기보다 제도적·시스템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예를 들면 호텔업에 진출하겠다는 지자체가 있다면 재정 상태를 진단하고 재정 위험도가 높으면 사업 중지를 권고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시각은 다르다. 재정 건전성을 점검한다면 결국 지자체 모든 사업을 감사원 잣대로 타당성을 판단한다는 것인데 이는 해당 단체장의 자치행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전국 시·군·구 자치단체장협의회 관계자는 “모든 정책성 사업을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1년의 3분의 1 정도 기간을 감사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 또 특감을 받으면 이는 이중 감사”라고 말했다.
장학금 사업, 사립학교 건설 등 주민자치 사업이 감사원 감사 결과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찍혀 차질을 빚을 경우 해당 지자체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